올 1분기 역대급 적자를 낸 SK하이닉스에 대해 27일 증권가는 1분기 실적은 우려보다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2분기부터 메모리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반영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업황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983억원에 이어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도 5조881억원으로 58.1%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2조5854억원으로 집계돼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1분기 실적에 대해 증권가는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다. 매출과 영업적자 모두 시장 추정치(매출 4조9000억원·영업적자 3조6000억원)를 웃돌아서다. 출하량 감소와 평균판매가격(ASP) 하락폭이 업계 평균 대비 양호했으며, 선제적인 감산과 재고 확대 판매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분기도 실적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1분기보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5조5000억원, 영업적자 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 증가하겠으나, 적자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실적 추정치에 대해 "지난 분기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고객들의 수요 회복이 이어지면서 D램과 낸드의 출하량이 각각 전분기 대비 21%,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메모리 고정 가격의 협상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D램과 낸드의 고정가격 하락률도 지난 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황 개선은 하반기부터…실적 저점이 매수 적기"
업황 개선은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시기 즈음부터는 적자 폭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계 전반적으로 감산을 결정한 점도 향후 수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산 시행 후 4개월 이후부터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급 축소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도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며 "AI 연산 서버에 주로 사용되는 HBM 관련된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이 경쟁사 대비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HBM 관련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는 ASP가 하락하기 때문에 1분기보다 영업적자가 소폭 증가하겠지만 출하량 증가로 이를 상쇄하면서 3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분기 영업적자는 2분기 이후 점진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D램과 낸드 ASP는 2분기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하반기 ASP는 3분기부터 하락이 크게 축소되며 실적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증권가에선 1분기 실적이 바닥이라며 실적의 저점에서 적극 매수를 추천한다는 의견을 잇단 내놨다. 단기 주가 하락은 기회란 설명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가 SK하이닉스 실적 저점으로 판단되며, 경쟁업체의 감산 발표와 공급업체 재고 피크아웃(정점 통과)으로 업턴(상승전환기) 진입이 확정적"이라며 "적극 매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바닥 형성 후 반등과 재하락이 이어지는 모습은 반도체 주가 장기 업사이클의 초기에 항상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기선행지표와 반도체 업황 간의 시차가 6개월 이상 존재함에 따른 것"이라며 "이러한 주가 변동은 현물가격의 본격 상승이 나타나 시장이 업황 및 실적 개선을 확신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물가격의 본격 상승 전에 이러한 단기 주가 조정을 이용해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저점 매수를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2분기부터 주가 상승세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곧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 근접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2분기가 매수 적기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