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님을 소중한 공간에 초청하게 돼 기쁘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 부부가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등 공통점이 많아 더 친밀감을 느꼈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국빈 방미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밤 백악관 관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양국 정상 부부는 서로의 취향을 반영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우의를 다졌다.
尹 콜라 취향까지 신경 쓴 바이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해 관저 내부를 직접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우리의 글로벌 동맹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이어 워싱턴DC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로 나가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야경을 감상했다.양국 정상 부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상호 관심사와 양국의 인적·문화적 교류, 국정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환대에 감사를 표한 뒤 “나중에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함께 방한하면 (한남동) 관저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대화 도중 김 여사가 교육학 박사인 질 바이든 여사를 ‘박사’라고 부르자 바이든 여사는 “편히 불러달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좌우명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라(Just be yourself)’라고 소개한 뒤 “직업을 유지하면서 남편을 돕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가슴에 담아둔 이 원칙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제로 콜라’를 권한 일화도 소개했다. 다과 시간에 윤 대통령이 포도 주스를 들자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음료는 여기 있다”며 제로 콜라를 권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평소 제로 콜라를 즐기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타구 일화에 웃음꽃
양국 정상 부부는 선물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마호가니 나무로 제작된 소형 탁자와 화병, 목걸이, 야구 관련 수집품 등을 선물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야구 애호가인 윤 대통령을 위한 야구 수집품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고가 박혀 있는 대형 액자에 야구 글러브와 배트가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 과거 상원의원(민주당 소속) 시절 민주당과 공화당 간 친선 야구경기에 나가 368피트(약 112m)짜리 대형 타구를 날린 일화를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손자·손녀는 할아버지가 무슨 정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타구 하나로 ‘멋진 사람’으로 기억한다”며 웃었다.
질 바이든 여사는 김 여사에게 한국계 미국인이 디자인한 파란 사파이어 3개가 박힌 목걸이를 선물했다. 사파이어는 김 여사의 생일이 있는 9월의 탄생석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달항아리, 은 자리끼(주전자와 컵), 족두리를 준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은으로 만든 자리끼를, 질 바이든 여사에게는 여러 보석이 장식된 족두리를 선물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일정 시작 전 숙소인 ‘블레어하우스’ 주변을 산책하면서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선물한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김 여사는 같은 날 워싱턴DC 국립어린이병원에서 현대자동차가 개최한 ‘호프 온 휠스(Hope on Wheels)’ 후원 행사에 참석했다.
오형주/워싱턴=도병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