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외국인 입국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관광코스로 주요 백화점 매장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이 있는 명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시와 함께 ‘명동 페스티벌’을 연다고 25일 발표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에 영프라자 본점부터 명동 예술극장까지의 거리(약 200m) 바닥을 국내 유명 아트디렉터 ‘그라플렉스’와 협업해 그림으로 꾸민다.
명동 상권의 또 다른 축인 소상공인과 연계해 마케팅도 펼친다. 행사 기간에 롯데백화점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에게 명동길 음식점, 카페, 미용실 등 40여 개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이 이벤트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 중구의 인기 관광지 1위는 롯데백화점 본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입국자 수 증가로 명동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1~2월 한국을 찾은 입국자 수는 91만3677명으로 전년 같은 달(18만1850명)보다 다섯 배 이상 늘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1~3월 외국인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아홉 배 불어났다.
현대백화점도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대비해 여의도 더현대서울,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에 외국인 전용 컨시어지 등을 확대 설치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로 자리매김한 더현대서울은 ‘K팝 명소’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스트레이키즈(6월), 뉴진스(8월), 블랙핑크(9월), 에이티즈(11월), 더보이즈(12월) 등 다양한 K팝 스타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올해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한국관광공사와 해외 신규 시장 개척 및 핵심 관광사업 공동 개발에도 나선다. 한국관광공사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중동 등 한국을 찾는 방문객이 많은 주요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한다.
해당 국가의 기자단, 인플루언서, 여행사 관계자 등을 백화점으로 초청하는 사전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모든 백화점의 재단장 트렌드는 체험 콘텐츠와 식음료(F&B) 매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며 “해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재정비한 만큼 관광명소로서의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