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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약세장 길게 갈 것…반등 신호는 구리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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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역사상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단번에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세계적 금융 전략가이자 역사가인 러셀 내피어(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동안 ‘베어마켓(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주식시장의 큰 침체가 일어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높은 금리였다”며 “1921년, 1932년, 1949년, 1982년 등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증시가 바닥을 찾을 때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전쟁, 긴 싸움 될 것”
내피어는 베일리기포드 운용역, CLSA 연구원, 영국 에든버러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네 번의 침체장(1921년, 1932년, 1949년, 1982년)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 7만건을 분석한 서적 <베어마켓>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WSJ의 기사를 통해 침체장에서 어떤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 어떤 신호를 보이며 바닥을 벗어나는지 등을 연구했다.

그는 “과거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침체장에서 주식의 가치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지 않았다”며 “1921년과 1982년 침체장에서 증시는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바닥에 다다랐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증시가 최저치를 기록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피어는 중국이 미국 국채 매입량을 더 이상 늘리기 힘들다는 점도 미국 주식의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해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며 “이런 시스템은 끝났고 미국 국채는 미국 내에서 소화될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자금 유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침체장 벗어나는 신호 파악해야”
내피어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침체장에서 벗어날 때 나오는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형 침체장이 끝나갈 때 구리 가격, 회사채 스프레드, 자동차 판매량, 미국 기준금리 등에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피어는 “과거 침체장에서는 국채-회사채-주식시장 순으로 바닥을 벗어났다”며 “1921년 침체장의 경우 채권시장이 회복하기 시작한 지 14개월 후 주식시장 호황이 나타났고, 1932년에는 7개월 후, 1949년은 9개월 후, 1982년은 11개월 후 같은 현상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리 등 상품 가격이 안정되고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대표적인 선행 지표”라며 “‘토빈의 Q비율(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자산의 대체비용으로 나눈 비율)’ ‘CAPE(경기 조정 주가수익비율) 지수’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내피어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높은 부채 수준 때문에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내피어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의 교역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한국 중공업 분야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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