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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저출산 대응 세금 "나는 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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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을 기록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가 1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7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그간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다. 관련 예산으로만 지난 17년간 280조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예산 집행에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자 더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부모급여, 출산장려금 등 다양한 현금성 지원책이 제시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현금 지원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충당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가 나오고 있지 않다. 이미 촘촘히 예산 집행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 예산을 늘리려면 한정된 예산을 조정하거나 국채 발행, 세수 확대 등으로 전체 예산을 확대해야만 가능하다.
저출산 예산 "지출조정 우선"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주간 전국 만 25~45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3%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다른 정책 예산을 일부 삭감해 저출산 정책 예산을 증대하는 방법’을 골랐다. ‘증세를 통해 저출산 정책 예산을 추가하는 방법’은 27.8%에 그쳤다. 세금을 더 거둬들이기보다는 불필요한 지출을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미 세 부담이 큰 고소득 가구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월 가구소득이 7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이면 77.6%, 월 1000만원 이상인 경우엔 75.6%가 지출구조조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가 면세 구간으로 추정되고, 각종 복지지출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월 200만원 이하 가구에선 증세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44.3%였다.

증세가 필요하다고 본 27.8%의 응답자들이 고른 증세 항목은 법인세가 4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개인이 직접 내지 않는 법인세 증세를 원한 것이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고른 응답이 24.8%, 개인의 자산 소유에 따른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17.6%로 뒤를 이었다. 소득세 인상을 주장한 사람은 8.1%에 그쳤다.
증세는 "내가 안 내는 세금에서"

소득계층별로 보면 주로 내는 세목에 따라 다른 답이 돌아왔다. 저소득층인 월 200만원 이하 소득 가구는 29.6%가 보유세 인상을 원했다.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응답 비중이다. 저소득층은 대다수가 자산도 적기 때문에 대표적인 자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자신이 내지 않는 세목에서 증세를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월 1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40%가 부가세 인상을 제안했다. 부가세는 소득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누진적으로 고소득층이 더 많이 내는 다른 세금과 달리 소득에 따른 차별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증세를 할 경우 대다수는 세금을 더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한 증세에 납세 의향을 묻는 말에 71.6%가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증세를 통한 예산 확대에는 엄청난 조세 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원 마련 없이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채 발행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지만 지속성은 없다. 한경과 입소스의 조사에서 25~45세 대다수가 증세보다 지출구조조정을 선호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파악된다. 최근 몇 년간 무분별하게 확대된 복지 예산을 점검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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