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공무원의 집단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66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최근 공단 소속 변호사 12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 변호사는 2019년 4월 경기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 인근에서 조상희 당시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제창하는 등 집단행동을 했다. 또 2019년 7월 10일로 정해진 2019년도 상반기 직원근무평정을 이행하지 않았다가, 연장된 기간인 같은 해 7월 23일 직원근무평정 업무를 마쳤다.
공단은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2019년 8월 원고 측 12명에게 불문경고 징계를 했고, 원고 측은 불복해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 되므로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다. 근무평정기간에 업무를 하지 않고 지연한 것도 공단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위해 신분과 지위가 보장됨을 전제로 국가공무원에게 지우는 의무"라며 "이 같은 정도의 책임과 신분 및 지위 보장을 받는 정도가 아닌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구조공단의 임직원의 지위나 직무 성격이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는 국가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원고 측이 국가공무원법상 노동운동 및 집단행위 금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원심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또 "공단이 직원근무평정 기간을 연장하면서, 업무 처리 지체를 양해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연장 전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직무 태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