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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있는 딸도 먹을 수 있는 라면 만들더니"…닭고기 회사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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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의 대명사 하림이 2021년 라면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 반응은 갸우뚱했다. 라면은 가장 대표적인 ‘먹던 것만 먹는’ 식품군이기 때문이다. 식품 업계에선 몇 개 회사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라면 시장을 후발주자가 뚫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하림이 특정 라면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을 빼앗아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림은 기존 업체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일반적인 라면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라면이지만 인스턴트 제품보다는 집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에 더 가깝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더미식 장인라면’을 필두로 한 ‘더미식’ 브랜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라면은 불량식품 아닌 요리"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461억원으로 전년대비 112.7% 급증했다. 초기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지만 지난 2월 하림지주가 300억원 규모의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 올해 실적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림은 지난 2021년 5000억원을 들여 전북 익산시에 제조시설 ‘하림 퍼스트키친’을 완공했다. 총 부지면적은 12만3429㎡(약 3만6500평)에 달한다.

하림은 라면을 인스턴트 제품이 아닌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분류한다. 더 나아가 최근엔 HMR이 아닌 ‘가정식 그 자체’라는 뜻의 ‘HMI(Home Meal Itself)’라는 단어까지 사용한다. 하림이 가장 강조하는 타사의 라면 제품들과의 차별점은 국물이다.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각종 양념채소를 20시간 끓인 뒤 그대로 농축했다. 일반 라면이 분말스프를 만들기 위해 육수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훼손되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내겠다는 취지다. 면은 별도의 육수로 반죽한 뒤 바람에 말려 쫄깃함을 살렸다.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장인라면의 가격은 한 봉지당 2200원으로 온라인 등에서 판매 중인 일반 라면 제품 4개 묶음에 맞먹는 가격이다. 하지만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겠다’는 트렌드에 가격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실제로 ‘더미식 장인라면’의 나트륨 함량은 봉지당 1300~1400㎎으로 시중 라면(1650~1880㎎) 대비 최대 31.5% 낮다.

하림 관계자는 “기존 제품들이 가짜 고기 국물을 분말로 만든 뒤 MSG를 후첨했다면 하림은 제대로 된 국물 요리를 만들고 거기에 라면을 추가한 방식”이라며 “한 그릇에 1만원이 넘는 일본식 라면은 팔린다는 점에서 ‘한국 라면=저품질 인스턴트’라는 편견만 깨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종합식품기업 만들겠다는 김홍국 회장
라면 진출은 하림그룹을 육계 가공업체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김홍국 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시에서 열린 ‘NS쿡페스트’ 행사에서 “전세계 식품산업 시장은 8조달러(약 1경원) 수준으로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철강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며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성장 의지를 내비쳤다. 장인라면을 필두로 HMR 사업을 키우면 축산업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HMR 분야는 1~2인 가정의 증가로 식품산업 안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장인라면에 대한 김 회장의 애착도 남다르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장인라면 출시행사에서 기자단에 직접 라면을 끓여주며 “막내딸이 시중 라면을 먹으면 입술이 빨개지고 피부에 반점이 생겼지만 자연재료로 국물을 만들었더니 괜찮더라”며 건강한 라면 제품 출시의 비화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엔 ‘더미식 비빔면’과 닭고기 햄을 넣은 ‘챔라면’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라면 제품 라인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K-라면 열풍을 타고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에 장인라면 수출을 시작했다. 특히 장인라면의 광고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씨가 맡으며 ‘이정재 라면’으로 입소문이 탄 게 유효했다. 하림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점진적으로 판매량도 늘고 있기 때문에 생산·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이익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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