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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금' 때문에 죽어난다"…세무서 공무원의 절규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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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세무서에 근무하는 김모 주무관은 매년 근로장려금 신청·심사 시즌만 되면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 올해도 본격적인 ‘근장’(근로장려금을 줄인 말) 시즌을 앞두고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다.

다음달은 정기 근로장려금 신청기간이며, 6월은 귀속 하반기분 근로소득에 대한 근로장려금(EITC) 지급 심사를 하는 달이다. 이 기간 동안 민원인들의 폭언에 시달리는 것은 다반사다. 일부 영세 사업자들이 첨부서류 등 관련 신고절차를 모르기 때문에 일일이 절차도 안내해야 한다.

김 주무관은 “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까지 쓰고 있는데도 관련 업무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국세청이 국세 징수기관인지 복지 전담기관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털어놨다.

작년 하반기 기준 근로장려금은 6월 말, 정기 근로장려금은 통상 9월 말까지 지급한다. 문제는 근로장려금 업무가 신청과 지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간 급여가 확정되지 않은 채 지급하는 반기 근로장려금의 경우 환수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환수 업무도 세무서 공무원들의 몫이다. 이렇다보니 일선 세무서 공무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는 단연코 ‘근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6년 도입 후 2009년부터 시행된 근로장려금은 일을 하지만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지급하는 대표적인 현금 복지제도다. 맞벌이 기준 소득이 3800만원 미만인 가구에 최대 330만원을 지원한다. 단독가구 기준 소득은 2200만원 미만 대상이다. 이와 연계해 2015년부터 자녀양육을 돕기 위해 부양자녀 1인당 최대 80만원(최소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장려금 신청과 지급은 국세청이 전담한다. 전국 133개 세무서 공무원들이 거의 일년 내내 매달리는 일이 근로장려금 업무다. 10년 넘게 시행된 제도이기 때문에 근로장려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전년 대비 지급액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지급 대상자들의 반응도 무척 민감하다.

문제는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해마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첫 해 2017년 1조8298억원이었던 근로·자녀장려금은 이듬해 5조2592억원으로 급증했다. 단독 가구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소득?재산기준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도 근로장려금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근로장려금 최대지급액을 가구 유형별로 최대 10% 상향했다. 자녀장려금 최대지급액도 인당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늘렸다.


올해 예상되는 근로·자녀장려금은 6조1000억원으로, 작년(5조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569만 가구가 지급 대상으로, 2017년(273만 가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더욱이 2019년부터는 근로소득자의 소득발생 시점과 장려금 지급 시점 간의 시차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반기 근로장려금 제도를 도입했다. 반기 근로장려금을 신청한 경우 연간 장려금 추정액의 35%씩을 상?하반기 두 차례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장려금 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신청 기간도 늘어난 부담은 고스란히 세무서 공무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전국 각 세무서마다 수십명의 소득세과 직원들이 거의 1년 내내 근로장려금 관련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국세 징수가 주업무인 세무서가 사실상 복지 업무에 매달리면서 국세청의 행정력이 지나치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엔 국세청 고위 간부들이 근로장려금 지급시기를 더욱 당기라고 일선 세무서를 압박하기도 했다는 것이 세무서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2021년 8월 ‘대상은 넓게, 혜택은 크게, 지급은 빠르게’ 라는 개편방향하에 근로장려금 지급가구와 지급금액을 대폭 확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한 세무서 공무원은 “근로장려금 지급 업무 관련 일선 직원들은 초죽음으로 몰리는데, 정작 고위 간부들의 업적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본청도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로장려금 관련 민원 제기 통로를 상담센터로 일원화하는 등 직원들의 업무를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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