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1g, 0.1g짜리 ‘골드 빈’(콩처럼 작은 단위를 거래한다는 뜻)으로 금을 사고팝니다.”
금 거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격 상승으로 금 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금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거래 방식도 1g 이하 소량 거래가 ‘주류’로 부상했다. 전용 스마트폰 앱을 통한 거래가 보편화하면서 오프라인 귀금속점도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찾은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는 골드바, 금반지와 함께 1g 이하 소량의 금을 사용한 제품이 전시장 전면에 나섰다. ‘가정의 달’을 겨냥한 10만~20만원대 1g짜리 금 카네이션, 1.875g짜리 액자형 순금 감사 카드가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기프티콘을 통해 ‘0.1g 골드바’ 등 소량 단위의 금 제품 거래가 활성화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조폐공사는 최근의 금 판매 트렌드를 반영해 개인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나눈 ‘MBTI’를 적은 카드에 0.5g 미니 골드를 삽입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귀금속 거리의 풍경을 바꾼 것은 금 거래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다. 금 거래 플랫폼 ‘금방금방’을 운영하는 박병숙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팀장은 “금 거래 앱 주간 평균 가입자 수가 800명 정도였는데 이번주엔 1837명이나 가입했다”며 “주간 평균 금 거래량도 평균 30억~40억원이었는데 이번주엔 90억원을 넘었다”고 했다. 앱을 통한 주거래 세대도 30~40대가 가장 많았으며, 최근엔 20대 비중이 부쩍 커졌다.
귀금속 시장 경향 보고서를 발간하는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의 온현성 소장은 “최근 금 거래 시장에서 50대 이상의 ‘액티브 시니어’와 ‘젊은 층’의 경향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며 “젊은 층은 몇 만원가량인 1g, 0.1g의 소량 단위로 소비와 거래를 많이 하고 온라인 직거래 앱을 주로 활용한다”고 짚었다.
금 거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전통 귀금속 거리엔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총 12곳을 돌아보는 동안 점원과 대화한 소비자는 중장년층 3명에 불과했다. 오프라인 귀금속점들도 살아남기 위한 ‘변신’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종로3가역 인근에서 금은·보석류 가게를 운영하는 K씨는 “살아남으려고 온라인 납품 쪽으로 틀었다”며 “온라인 판매가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봉승 주얼리산업협동조합회장은 “금값이 오르면서 소비자가 구매를 꺼려 전통 귀금속 업체 운영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했다.
금 시장에서 MZ세대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40대가 돼야 재테크를 시작했지만 요즘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금 거래에 관심을 둔다”며 “최근 금값 상승세를 지켜본 MZ세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금테크’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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