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일행의 폭행을 말리지 않은 경찰관이 감봉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1·2심 모두 징계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행정1부 김성주 판사는 이날 광주 동부경찰서 소속 강력팀장 A 경감이 광주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 징계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선고를 유지, A 경감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A 경감은 2021년 10월 광주 동구 한 술집에서 50대 건설사 대표 B씨가 동석한 40대 여성 C씨를 폭행하는데도 이를 본 후 말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
언론에 공개된 주점 내부 CCTV 영상에 따르면 여성 피해자는 세 차례에 걸쳐 폭행당했다.
해당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공무 중은 아니었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현직 경찰관인 A 경감이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이유로 A 경감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2021년 12월 7일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따라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받았다.
A 경감은 “C씨가 자신의 구호를 적극적으로 거절했다. 사건이 끝나기 전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다. 순찰차가 오는 것을 보고 경찰관으로서 중립성이 훼손될까 봐 귀가했다. 징계 처분에는 사실오인의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CCTV를 보면 첫 폭행 당시 다른 동석자 2명은 가해자를 붙잡고 말리지만 A 경감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주저앉아 있는 피해자 C씨를 보고 구호 조치나 신고 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만 챙겨 밖으로 나갔다”라고 보고 이같이 판시했다.
또 “A 경감은 술집 밖으로 나온 B씨를 강하게 제지하지 않아 B씨가 술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 2차·3차 폭행이 일어났다. A 경감은 B씨가 C씨의 얼굴을 발로 찰 때도 관망했다. A 경감은 형사과 강력팀장인데도 무차별 폭행이 이뤄진 관내 현장에서 범죄 단속·수습과 피해자 구호 조치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공무원은 직무의 중요·공공성에 비춰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윤리성, 준법의식이 요구된다. A 경감은 이를 소홀히 해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며 이에 따라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