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로고가 달린 명품보다 로고가 없고 수수한 디자인의 '아는 사람만 아는 명품'이 인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법원에 출석할 당시 단조로운 색상의 로고가 없는 옷을 입고 출석했다며, 이 같은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명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키장에서 한 남성과 충돌해 민사 소송을 당한 귀네스 팰트로는 법원 출석 당시 전혀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옷을 입었다. 하지만 사실 이는 아주 비싼 제품으로, 명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쉽게 알아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의 조디 칸 명품 담당 부사장은 "이번 시즌에는 로에베와 생로랑, 미우미우와 같이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을 추구하던 브랜드들이 고전적인 감성에 기대면서 스텔스 럭셔리의 분위기가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럭셔리'의 유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는 경기 부양책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젊은 구매자들이 로고가 크게 박힌 명품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명품 컨설턴트인 로버트 버크는 "현재는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어느 정도 피로감이 있다"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과시욕이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사실 스텔스 럭셔리는 부유층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유행이다. 1990년대에 디자이너 도나 카란과 미우치아 프라다가 실용적인 의상을 유행시켰을 때,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스텔스 명품 패션이 유행했다.
다만 스텔스 패션이 유행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큰 로고와 화려한 무늬의 패션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타임지는 전망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