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 기준 6조원대 자산가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사진)의 이혼을 다루는 재판이 19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소송을 제기한 권 CVO의 부인이 “혼인을 이어갈 수 없는 파탄 상태”라며 이혼을 요구하는 반면 권 CVO 측은 “명백한 사유가 없다”며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 이혼 자체의 성사 여부를 두고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이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조 단위 재산분할 싸움으로 이어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이날 권 CVO의 부인인 이모씨가 제기한 이혼 소송의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권 CVO를 상대로 이혼 청구소송을 냈다. 그와 결혼한 지 약 20년 만이다. 이씨는 결혼 직후인 2002년 6월 권 CVO와 공동으로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씨 측은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CVO는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도 이혼소송을 기각해달라는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조계에선 불륜 등 어느 한쪽의 책임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권 CVO와 이씨의 이혼 성립 여부를 둘러싼 법리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법원은 ‘배우자 중 어느 한쪽이 동거 부양 협조 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를 위반해 명백한 이혼 사유가 생겼을 때만 상대방이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권 CVO 측이 이혼이 성사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다. 다만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책주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을 때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7 대 6으로 팽팽했던 만큼, 이번 재판에서 파탄을 이유로 이혼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씨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국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씨 측은 권 CVO가 보유 중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등 재산의 3분의 1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 측이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당 재산을 권 CVO가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말 법원이 인용한 상태다. 지난 18일 포브스가 발표한 올해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에서 권 CVO는 51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4위에 올랐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이씨가 분할을 요구할 재산 규모는 최소 2조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시온/김진성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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