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간호사의 몸값이 오르면서 대형 병원도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뛰어들고 있다. '긱(gig)'은 1920년대 초 재즈 공연장에서 즉흥적으로 섭외된 연주자를 일컫는 단어로, 긱 이코노미는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다. 과거 차량 공유 업체·배달업체 위주였던 노동 시장 트렌드가 전문직으로도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병원 시스템인 애드보킷 헬스 케어와 프로비덴스 등은 필요한 시간대의 간호사 인력 보충을 위해 쉬프트키, 케어레브 등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시간대 급여를 낮추고 야간이나 휴일 근무에는 수당을 높이는 식으로 병원과 간호사를 매칭해 주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몸값이 뛴 간호사를 채용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인력이 갑작스레 이탈하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간호사들은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원하는 임금에 일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간호사들이 생업을 떠났다. 업무량이 급격히 늘고, 위험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전문저널 헬스어페어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인 2020~2021년 미국 내 간호사 고용은 10만명이 이상 감소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40여년 동안 가장 큰 감소폭이다. 미국 내 간호사들은 급여가 더 높거나 근무가 유연한 병원을 찾아 떠나면서 몸값이 뛰었다.
부활절인 지난 9일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헬리메이요 뉴홀 병원은 12시간 집중 진료를 위해 시간당 106달러의 간호사를 ‘긱 워커(초단기 근로자)’로 채용했다. 병원 관계자는 “여전히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간호사들은 스스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긱 워커를 보호하는 내용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플랫폼 업체 직원(피고용인)으로 간주해 최저임금과 사회보험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동규칙을 병경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