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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이창용…한은 존재감 커졌지만, '포워드 가이던스'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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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오는 2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 출신이란 무게감에 더해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한은의 존재감을 키웠지만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명시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로 논란이 됐다.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시장의 쏠림 현상을 키우고 한은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통화정책 소통 방식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숙제가 남은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7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한 것으로, 한은에선 처음이었다. 작년 11월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3개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부터는 이 총재 자신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이 생각하는 최종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 수준까지 공개했다. 1월 금통위 회의 직후 “금통위원 3명은 연 3.50%, 3명은 연 3.75%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고, 2월과 4월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6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여전히 연 3.75%를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한은은 아직까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처럼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 분포를 자세히 제시하지는 않지만, 이 총재의 공개 발언으로 사실상 점도표와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은이 생각하는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에 충실하게 알림으로써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막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 총재가 작년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빅스텝을 시사하고 실제 한 달 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시장에선 “한은이 말을 바꿨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총재가 그 전에 ‘점진적 인상(0.25%포인트 인상)’ 방침을 밝혀놓고 빅스텝을 밟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기본 가정)에 따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이나 약속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제 조건이 변하면 통화정책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한은 안팎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을 특정 방향으로 쏠리게 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시장의 충격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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