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들이 330조원까지 불어난 퇴직연금 적립금을 유치하기 위해 전문조직을 신설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오는 7월 유예기간을 끝내고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예금 등에 '방치'됐던 적립금을 디폴트옵션을 통해 펀드 등으로 옮기는 가입자가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은 336조원이었다. 2021년 295조원 보다 13.6% 늘었다. 4년 전인 2017년(168조원)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서울 삼성동과 수원, 대구 등 총 3곳에 '연금센터'를 개설했다. 연금본부 내 컨설팅팀이 전담하던 퇴직연금 서비스를 전문화한 별도 조직이다. 연금센터에는 10년 이상 경력의 프라이빗뱅커(PB)들을 배치했다. 삼성동 20명, 수원과 대구에 10명씩 총 40명이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증권사 중 퇴직연금 적립금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받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2005년 퇴직연금본부를 구성했고 2018년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출범했다. 미래에셋 여의도 사옥 내에 위치한 연금자산관리센터에는 PB 30여 명이 상주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해 주는 퇴직연금 구독 서비스, 개인 맞춤형 로보 어드바이저 등을 제공한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증권사에 예치된 금액은 21% 수준(2021년 기준)이다. 아직까지는 은행과 보험사에 더 많은 돈이 적립돼 있다.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는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 있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아무런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기본값(디폴트·default)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으로 추천되는 상품 중 가장 많은 것이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이다. 증권사가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투자형 상품 판매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재용 삼성증권 삼성타운연금센터장은 "개인 고객의 경우 30세부터 50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고객들이 증권사 퇴직연금을 문의 중"이라면서 "법인을 중심으로 개인 고객들까지 영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