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8일 14: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가 초읽기에 들어섰다. 2018년 처음 국내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이다. 대형 기관투자가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제도 안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란 평가가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코너스톤 제도 입법화 추진을 공식화하자 IPO 주관사 등은 일단 환영하는 반응이 대다수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IPO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장기 보호예수 등의 조건을 확약한 기관투자가에 공모주 일부를 사전 배정하는 제도다.
공모 이전에 IPO 공모 물량의 일부를 사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모 흥행에 대한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 증권사 IPO 실무진은 “수년간 공모주 시장에 자체적으로 가격 산정할 능력이 없는 기관투자가가 다수 등장하면서 공모가 희망 가격이 무의미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도입되면 우량 기관투자가의 판단이 주요한 투자 정보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코너스톤 투자자 자격에 쏠린다. 자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대형 기관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공모주 물량 배정과 관련된 제약이 거의 없는 해외와 달리 국내 공모주 시장은 코스닥벤처펀드와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공모주 우선 배정이 이뤄진다. 현행 규정상 코스닥 IPO의 경우 코스닥벤처펀드에 30%를, 하이일드펀드에 5%의 공모주 물량을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일반투자자 배정분 30% 등을 제외하면 기관투자가의 몫은 30%에 불과하다.
여기에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도입되면 대형 코너스톤 투자자가 미리 일부 물량을 받아 가게 되는 만큼 다른 기관투자가 몫은 더욱 줄어든다. 코너스톤 적격 투자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사실상 우량 공모주 물량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코너스톤 투자자 자격 조건이 너무 낮으면 제도 도입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받을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공모주 관련 정책을 보면 다수의 기관투자가 참여를 독려해왔다”며 “코너스톤 제도 도입은 그런 기조가 바뀌는 분기점인 만큼 코너스톤 투자자 선정 기준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관사와 대형 기관투자가 간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규정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주관사가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일부 자금을 우회 지원하거나 재투자 등을 약속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코너스톤 제도가 2007년부터 도입된 홍콩 증시의 경우 코너스톤 투자자로 청약하는 경우 투자자와 주관사는 IPO 공모주와 관련된 권리 외에 아무런 특혜나 대가성이 없음을 확약한다. 추후 이를 어길 경우엔 민형사상 배상책임과 불공정거래책임 등을 주관사가 짊어진다. 국내에는 증권사의 책임 범위를 규정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코너스톤 투자가에게 기업가치 산정과 관련된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협의해 기관 수요예측 이전에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기업가치 산정을 통한 공모가 희망 범위를 먼저 제시한다. 이와 동일선상에서 코너스톤 투자가도 어떤 논리로 해당 IPO 기업의 기업가치를 산출했는지를 수요예측 이전에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관사와 이해 관계가 있는 기관투자가가 이른바 '밀어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셈이다.
반면 과도한 공시 의무를 지우면 우량 기관투자가를 유치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IPO 실무진은 “국내 기관뿐 아니라 해외 기관을 코너스톤 투자자로 유치해야 할 텐데 공시 의무가 부여되면 사실상 해외 기관이나 정보가 알려지는걸 꺼리는 국내 기관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홍콩처럼 어떤 기관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해 얼마나 확약했는지 여부만 공시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