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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열정적으로 일하고 편히 쉬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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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일하고 편하게 쉬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다. 글로벌 리더면서도 겸손한 이 회장이 회사 내 소박한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필자에게는 울림이 있었다. 거꾸로 생각하면 왜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일하지 못하게 하는가? 청년들이 편히 쉬게 하지도 못하는가? 공감과 숙고 없이 1000원짜리 밥상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는 사회 지도층은 깊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대부분의 업무가 그럴 필요가 없다. 일의 수준이 낮고, 학습의 축적은 적다. 벌써 없어졌어야 할 직무도 많다. 반면 좋은 직업은 별로 없다. 매력 있고 미래가 있는 전문직은 각종 진입 장벽에 막혀 있다. 선진국에 비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직업의 인구 대비 숫자가 상당히 적은데도 전문직 이익단체들은 신규 자격자 수를 늘리는 데 격렬히 저항한다. 좋은 직장도 별로 없다. 대기업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극악하다. 혹여 잘못 뽑은 사람을 은퇴 때까지 품어야 한다면 고용주에게 청년 채용은 극강의 도박이다.

둘째, 열정이 어떤 건지 청년들이 잘 모르는 면도 있다. 교육 탓이다. 우리의 초·중등 교육은 아직도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몇 개의 보기에서 찾아내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매우 초보적인 ‘아류 GPT’만 생산하는 격이다. 교과목 편성도 기득권 이해관계의 덫에 완전히 갇혀 있어 변화의 시늉만 몇십 년째 반복한다. 대학 교육도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얼렁뚱땅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사소한 결정에도 깊이 간여하고 실질적으로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창의와 도전은 무모해졌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에 열정을 불태운다면 그 청소년은 제정신이기 어렵다. 제대로 ‘열정’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편하게 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앞으로 어르신을 돌보고 육아와 보육을 충당해야 하는데 청년들의 평균적인 ‘벌이’가 신통치 않다. 사회가 그 부담을 덜어주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둘째, 구태의연한 직장의 업무 분장과 갑질하는 상사로 인한 ‘내리갈굼’, 혹사 같은 악습 때문이다. 어른들은 노곤하게 자리에 앉아서 민원인이나 고객으로부터 ‘감정구타’ 당하는 부하 청년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사회 시스템이 이렇게나 못난 상사의 모습이다.

과거 모든 시대의 모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 불만이 많았다. 로마의 키케로는 “아, 세태여! 아, 세습이여! 실로 한탄할 만하구나”라고 했고, 숙종 때의 조선왕조실록에도 선비의 버릇과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탄식이 있다. 그렇게 차별하다가 서로 타협하면서 결국 청년은 기성 사회에 용해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사회와 청년의 충돌이 극에 달했다고 봐야 한다. 우선 기성세대보다 청년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변화다. 또 청년들의 안목은 기성세대의 청년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정보기술(IT)의 막강한 힘으로 지식 수준과 글로벌한 시각, 문화적 취향과 안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신입의 직무는 공장의 수습생에게나 어울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좌절은 차라리 합리적이다. 최근 마약의 소비와 생산, 유통에 청년들의 가담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이 좌절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상황의 한 단면이라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들이 자긍심 넘치는 개인으로 굳건히 자리 잡아 열정과 안식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어른들의 양보와 희생, 자기 혁신하려는 마음과 용기가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발현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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