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제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해 말 리오프닝을 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에 대한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오프닝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중국의 내수 중심 회복과 정보기술(IT) 부문의 높은 재고, 자급률 상승 등을 꼽았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44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리오프닝이 경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54.4%의 기업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은행 분석과 대한상의 설문이 아니더라도 자동차 휴대폰 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수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커지는 적자와 미미한 점유율은 점점 구조화하는 느낌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작년 5월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월간 기준으로 1994년 8월 이후 27년9개월 만에 적자(10억9600만달러)로 돌아선 뒤 일시적 흑자를 기록한 9월을 제외하면 올해 3월까지 적자 행진이다. 올 1분기 적자 규모는 78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주력 수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내수시장을 장악한 BYD(자동차),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스마트폰), BOE(디스플레이), 하이얼(가전), 시노펙(석유화학)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탓이다. 2013년 19.7%로 1위였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1% 이하였고,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2016년 7.7%에서 작년엔 1%대로 급락했다.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 그리고 LVMH 등 명품 업체가 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기업의 굴기(起)는 세계적 수준에 다다른 품질력과 가성비,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 이후 더 뚜렷해진 궈차오(國潮·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부 최고급 제품군을 제외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수입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한국산은 추억의 제품이 돼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중국 기업의 기세가 더 위협적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의 파도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우리에게 중국은 버려도 되는 시장이 아니다. 막연하게 리오프닝 효과만 기대해서 될 일도 아니다. 위기감을 갖고, 우리 제품의 고토(古土)를 조금씩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물론 다른 시장 개척도 필요하다. 정부도 수출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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