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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회사인 머크와 모더나가 개발한 암 백신이 중간 임상 실험에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크와 모더나가 고위험 흑색종 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중간단계 임상실험을 시행한 결과 암 백신과 머크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함께 처방받은 환자의 79%는 18개월 뒤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 키트루다만 맞은 환자는 62%가 암이 치료됐다.
이들은 모두 암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이 중 107명에게는 수술 후 백신과 키트루다를 동시에처방했고 나머지는 키트루다만 맞았다.
백신은 암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2년 뒤 재발 여부를 확인하자 두 가지 치료를 모두 받은 이들 중 22%가 암이 재발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트루다만 처방받은 이들 중에선 40%가 재발 또는 사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협회(AACR) 연례회의에 보고됐다.
이 백신은 암세포에서 튀어나온 단백질이나 항원에 노출된 종양을 공격하는 T세포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방식의 백신은 잘 작동하지 않았다. 종양에서 발견되는 항원이 정상 세포에서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2010년께부터 환자 종양의 돌연변이를 D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한 뒤 해당 종양 세포에서만 발견되는 신항원을 만드는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서는 신항원 백신은 특정 암 환자의 T세포를 자극할 수 있고 흑색종에서는 암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은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됐다. 각 환자 당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약 6~7주가 걸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들은 암 백신 개발에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쓴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도 차용했다.
연구팀은 이 백신이 흑색종이 아닌 다른 암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백신이 흑색종 종양의 돌연변이 수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었으며, 이는 돌연변이가 적은 암 유형에도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올해 말부터 대규모 연구를 시작해 중간 임상실험의 결과를 확인하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