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버전의 예금으로 불리는 ‘이더리움 스테이킹’에서 인출 대기 중인 이더리움이 전체 잔액의 6.4%(3조원어치)로 집계됐다. 총 38만5800명이 스테이킹으로 맡겨둔 이더리움을 ‘언스테이킹’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언스테이킹(출금)이 문제 없이 이뤄지면 향후 이더리움 시세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더리움 투자자들은 그동안 이더리움을 32개 이상 스테이킹하면 블록체인 검증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 보상으로 이자(14일 기준 연 4.2%)를 받을 수 있었다. 국내에선 업비트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이더리움을 모아 대신 스테이킹하고 있다. 이렇게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할 순 있었지만, 맡겨둔 이더리움을 인출하는 기능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오전 7시 샤펠라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더리움을 출금해 현금화할 길이 열렸다.
이더리움 데이터 분석사이트인 토큰언락스에 따르면 14일 스테이킹돼 있는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368억8000만달러(약 48조원)로 전체 이더리움 시총의 15.39%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출금 대기 중인 이더리움은 총 111만 개로 23억5000만달러어치다. 인출 수요가 몰리자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샤펠라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13일 하루에만 총 3억9545만달러어치의 이더리움이 빠져나갔다. 하루 최대 1575개의 인출만 처리되므로 시장에 미치는 매도 압력이 크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이더리움 ‘예금’이 고갈되거나 시세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더리움재단에 따르면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은 14일 기준 1797만 개로 1주일 전(1804만 개)보다는 줄었지만, 샤펠라 업그레이드 한 달 전(13일 1719만 개) 대비로는 늘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이더리움 언스테이킹이 가능해지면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란 일부 우려와 달리 기존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스테이킹에 대한 관심과 확신을 심어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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