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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석유보다 4배 더 채굴되는 자원,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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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추출되는 자원은 석유일 것이라고. 그러나 이는 ‘모래’의 존재를 간과한 얘기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채굴되는 모래는 470억~590억t으로 석유 추출량(130억t)의 네 배에 달한다.

도대체 모래가 무엇에 사용되기에 이리 많은 양이 들어가는지 궁금하다면 당장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70%가 모래로 이뤄진 콘크리트로 짓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인의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부터 안경 물컵 창문 치약 등 인간이 매일 사용하는 소소한 물건까지 모두 모래가 들어 있다. 모래를 ‘현대 문명의 기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추진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매년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모래의 양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환경전문기자를 지낸 이시 히로유키는 <모래 전쟁>을 통해 모래 고갈의 심각성을 역설한다. 그는 “모래와 물처럼 넘치고 넘치는 자원이 거대한 인류 활동 앞에서 고갈되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 그 자체”라고 말한다.

비극의 화살은 생태계 파괴를 넘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2004년 스리랑카 국민 3만53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대형 쓰나미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부터 파도를 막아줄 맹그로브숲이 모래 채굴로 급격히 축소되면서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앞서서는 중국 최대 담수호인 푸양호 주위 습지가 사라지면서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양쯔강 돌고래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 인간들의 모래 자원 쟁탈전이 빚은 결과다.

저자는 경고한다. “지구를 수박에 비유한다면 달콤한 과육을 다 먹어 치우고 이제는 껍질의 하얀 부분까지 갉아먹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저지른 일이 인간에게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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