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공룡’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가 6년2개월간 벌인 1조원대 소송전에서 공정위가 최종 승소했다. 글로벌 기술기업이 표준필수특허(SEP)를 악용해 ‘갑질’한 행위에 사법부가 엄정한 심판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퀄컴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 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퀄컴이 내야 할 과징금은 2016년 말 공정위가 부과한 1조311억원으로 확정됐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대법원은 “퀄컴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자사 특허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모뎀칩셋을 필요로 하는 휴대폰 제조사에는 자사 계열사의 다른 특허권을 연계해 판매하려고 했다”며 사실상의 갑질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경쟁사인 칩셋 제조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거절하고,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와는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하는 등 ‘특허갑질’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퀄컴이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해 2017년 2월 행정소송을 걸면서 긴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번 소송에서 공정위를 대리한 서혜숙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특허를 표준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특허를 가진 쪽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겠다는 신뢰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퀄컴과 같은 방식으로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려는 데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경진/김진성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