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모리 반도체 거래 동향에 대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평가다.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 선언 이후 현물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공급 과잉 상황이 해소되며 서서히 D램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구매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가 감산 결정을 공개한 이후 시장 분위기가 낙관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D램 가격도 반등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반전된 분위기는 현물 가격 상승세로 확인된다. 지난 11일 ‘DDR4 16Gb(기가비트) 2666’ D램 현물 가격이 1년1개월 만에 상승세(0.78%)로 전환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날 다른 PC용 D램 제품인 ‘DDR4 8Gb eTT’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 ‘LPDDR4 16Gb’도 각각 0.24%, 0.12% 상승했다. 현물 가격은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이날 DDR4 중심으로 현물 가격이 반등한 것은 ‘공급 과잉 해소’ 기대가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45%, 낸드플래시는 약 34%다. 세계 1위 사업자의 감산 결정은 시장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상황이 서서히 해소될 것”이란 강력한 신호를 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감산 결정으로 ‘향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현물 시장에서 구매를 미룰 필요성이 작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웨이퍼 투입량 15~20% 줄일 듯
시장의 관심사는 기업 간 대량거래 가격(고정거래가격)의 반등 시점에 쏠려 있다. 현물 가격 반등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긴 했지만 본격적인 업황 회복에 대해선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시장에선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의 추가 감산 여부 등에 회복 속도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향후 3~6개월 동안 웨이퍼 투입량의 15~20%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 규격 D램을 뜻하는 ‘DDR5’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경기 화성에 있는 DDR4 D램 생산라인 중심으로 감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DDR4는 현재 반도체 제조사, 유통업체, 고객사들이 쌓아 놓은 재고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향후 공급이 줄면 재고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재고 감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엔 재고를 다 쓴 고객사들이 구매를 재개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르면 3분기 가격 반등 시도
감산 효과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투입부터 칩 생산까지 약 3~6개월이 걸려 지금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도 효과는 수개월 뒤에 나타나기 때문이다.본격적인 가격 반등 시기에 대해선 이르면 올 3분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라는 의견이 많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D램 공급사 재고는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감소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올해 3분기부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찬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2023 용인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고가 줄어들면 반도체 시장의 턴어라운드(상승 전환)도 내년 정도로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