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기대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긴축 종료’ 기대에 선을 그었다. 한은이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틀 것이란 시장의 ‘피벗(정책 전환)’ 기대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융통화위원이 (이 총재 본인을 제외한 6명 중) 5명”이라며 “인하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예견한 일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으로 내려온 데다 수출 둔화가 이어지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에선 한은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퍼졌다.
이 총재가 이런 시장 판단을 반박한 것은 “하반기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많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은행 위기가 가시지 않은 데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 전기·가스료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가 (한은) 중장기 목표(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연말 물가 수준은 3%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의 주된 반응도 같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시장 반응에 대해 금통위원 중 많은 분이 ‘시장의 기대가 과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선 “금통위원 다섯 분은 당분간 연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한 분은 연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때와 같다.
문제는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월 한은 전망치(1.6%)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1분기 성장률도 소폭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봤다. 물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경기 침체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총재는 “한은의 첫 번째 맨데이트(의무)는 물가 안정이고 두 번째는 금융 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나타내는 숫자가 아니라 경기가 나빠짐으로써 이것이 금융 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현재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급격히 하락한 부동산 경기의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작년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으며, 그동안 금리를 올린 만큼 일부 금융회사나 부문의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 금융사로 확대되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