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다포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BFA)에 홍콩 성인영화 배우 출신 펑단(50)이 경제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중앙통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 등은 "홍콩 포르노스타 펑단이 보아오포럼 참석을 위해 싱크탱크 원장으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성인영화 배우로 활동한 그가 아시아 지역 정·재계 리더들이 참석하는 보아오 포럼에 진출할 수 있었는지 다수의 중화권 언론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펑단은 '국제경제전략연구소장' 자격으로 이번 보아오 포럼에 참석했다. 하지만 국제경제전략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출범한 신설 연구기관이며 펑단이 금까지 경제나 국제관계 등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나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또한 국제경제전략연구원의 전신인 'TIENS 국제전략연구원'은 지난 10여 년간 사기?뇌물 등 논란에 휩싸였던 그룹 TIENS 소속이라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대만 언론인 중앙통신은 "금융·경제 연구 경험이 전혀 없는 펑단이 강력한 배경 없이는 참석조차 힘든 보아오 포럼에 등장한 사실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보아오 포럼은 지난달 취임한 리창 중국 총리를 비롯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참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포럼 이사장을 맡았다.
펑단은 1990년대 홍콩 영화계에서 이름을 알린 성인영화 배우다. 1972년 중국 후난성 창샤에서 태어난 그는 구이저우성 쭌이시 부시장을 지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해 1988년부터 베이징발레단원으로 활동했다. 1990년 가족과 미국 이민 후 뉴욕 줄리아드 학교 무용과에 입학해 발레를 배우던 중 '미스 차이나 USA'에 선발되며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홍콩 이주 후 다수의 성인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펑단은 2000년대 이후 중국 본토로 건너가 애국주의 영화들에 출연했다. 중화사상을 고취시키는 영화로 알려진 '나니완'의 각본, 감독 및 주연을 맡으면서 2013년 마카오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같은 해 간쑤성 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에 선발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중국공산당 전국청년연합 상무위원 자리에도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펑단이 갑자기 '경제전문가'가 돼 보아오 포럼에 모습을 드러낸 배경을 놓고 친중 매체들은 "펑단이 민간 외교가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펑단은 지난달 30일 보아오 포럼 여성 원탁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지난 2월 온두라스가 대만과의 국교 단절 발표 전 온두라스를 방문해 중국 간 무역 현장을 시찰했고,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영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펑단이 중국을 위해 물밑 외교 작업을 펼쳤고, 그 성과로 국제경제전략연구소장직과 함께 대외활동에 나서게 됐다는 것.
중국 현지 매체 선전완바오는 "한 소녀가 수십 년간 바다를 건너며 열심히 일한 결과 멋진 변신을 이뤘다"며 "펑단의 성공을 조롱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펑단이 온두라스 방문 사진 뿐 아니라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과 찍은 사진조차 없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시젠위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인영화 여주인공이 어떤 전문적인 능력이 있어서 싱크탱크 원장 자리에 앉았겠느냐"며 "배후가 누구인지, 부패에 연루된 건 아닌지 시진핑과 중국 관리들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