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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한국인 최초 F1 엔지니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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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한국인 최초 F1 엔지니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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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
 -치열하고 생생한 F1 현장 전해

 F1은 자동차 발전의 끝이라고 부를 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극한 상황까지 차를 몰아붙이고 그 속에서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사투가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엔지니어들에게 F1은 꿈의 무대이자 한계를 시험하는 장소로 손꼽힌다. 냉정한 승부가 이어지는 치열한 흐름 속에 한국인 최초 F1 엔지니어 김남호 박사가 있다.

 그는 1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궁무진한 모터스포츠 세계를 낱낱이 경험했다. 엔지니어가 된 이유와 꿈을 이룬 뒤 바라본 F1의 현실, 앞으로의 지속가능성까지 두루 경험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를 만나 F1 엔지니어라는 독특한 삶의 궤적을 들어봤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도 매우 좋아했고 기계공학과를 나와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배웠다. 사실 공부를 하던 당시에는 국내에 F1 관련 정보가 없었다.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에 처음 F1을 보게 됐다. 그 때만 해도 F1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정도만 갖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첫 직장으로 IT회사에 들어갔는데 너무 힘들었다. 밤 새는 일이 많았고 과도한 업무가 지속되다 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고 F1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짐을 챙겨 떠났다. 영국에서 TV를 통해 처음 F1을 봤다.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2005~2006년도에는 르노팀, 알론소가 챔피언을 꿰차고 있었고 당시 내가 응원하던 선수는 키미 라이코넨이었다. 그렇게 F1에 빠졌고 직업으로 발을 들였다.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막상 들어가보니 분위기는 어땠나?
 "겉으로 볼 때는 굉장히 화려한 경기이지만 뒤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정말 힘들다는 걸 알았다. 엔지니어는 끝 없이 차를 만드는 크루 및 드라이버와 소통하고 고쳐나간다. 결정적으로 모든 결과물을 1년 사이에 내놓아야 한다. 신형이 나오기까지 수 년 동안 개발하는 일반 양산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매년 다음 자동차를 만들고 준비하는 일을 한다. 경주차 한 대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타이트하고 상당히 어렵다. 규정이 변하는 속도도 빨라 엔지니어가 받는 심적 하중은 상당하다"

 -F1 엔지니어는 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나?
 "그건 아니다. 나는 우리 팀과 내 경주차만 보며 일한다. 또 같은 회사에는 다른 팀만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실제 안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는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기에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다.

 엔지니어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은 바로 일반인이다. 특히, F1 마니아들은 거의 모든 차와 브랜드를 다 비교하고 분석한다. 윙 각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경기를 보며 기술적으로 어느 팀이 우세한지 모든 시간을 F1 팬으로서 활동한다. 어쩌면 그들이 더 많이 알 수도 있다. 

 짐작했겠지만 해외 팬들은 F1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영국 같은 경우 레이스 위크가 되면 주변 도로를 전부 막아버리고 행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일반 차들이 알아서 돌아가야 할 정도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외에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역시 F1에 집중하는 곳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관심이 매우 높다"

 -F1 경주차의 핵심은 에어로다이내믹
 -마니아들의 분석,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했나?
 "자동차 동력학을 전공했다. 차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F1 엔지니어는 크게 동력학과 에어로다이내믹(공기역학)으로 나뉜다. 대세는 에어로다이내믹이고 솔직히 내가 있는 분야는 수요가 적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역할이기에 최선을 다한다. 정확한 부서명은 퍼포먼스 시스템즈 그룹이다. 순수 동력학만 하는 부서다. 

 성능을 분석하는 부서(서스펜션, 타이어, 섀시 등), 컨트롤 부서 등 다양한 팀이 함께 일한다. 지금 하는 가장 큰 분야는 모든 자동차 구성품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서 테스트까지 하는 것이다. 한 가지 특징은 F1의 경우 실차를 가지고 테스트 하는 게 금지돼 있다. 사실상 실제 트랙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3번 정도가 전부다. 시즌 시작과 중간, 끝날 때이며 그만큼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얼마 만큼 성능이 나올 지 항상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테스트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뒤 연구하는 것 뿐이다"

 -시즌 시작이 매우 중요하겠다
 "시즌이 시작될 때 가장 긴장된다. 전년 대비 경주차의 향상 여부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팀마다 예측 값이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우리는 0.3초 빨라졌는데 상위팀은 0.5초 빨라지는 상황도 나온다. 재정적으로 약한 팀이나 기술 인력이 부족한 중소팀이 고전하는 이유다. 확실히 돈이 많으면 여러 사람들을 뽑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팀들은 어떻게 보면 몇몇 엔지니어의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시즌은?
 "아이러니하게 회사가 망했던 해다. 로터스에 있었는데 당시 드라이버는 '키미 라이코넨'과 '로만 그로장'이었다. 그 해 성적이 제일 좋았는데 전년부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비용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부품도 부족하고 비용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시즌을 열고 보니까 성적이 굉장히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챔피언십 컨스트럭터 3위까지 하며 대단한 성적을 보여줬다. 키미는 실력이 굉장히 좋고 피드백이 뛰어난 선수다. 당시 손발이 잘 맞는 엔지니어도 있었기에 우리의 성적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로터스 팀은 파산했다. 

 다행스럽게 2015년 모기업이었던 르노가 다시 인수를 하며 기사회생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드라마다. 당시 르노는 F1에서 건질 게 없다고 판단해 빠져 나가려던 상황이었다. 마침 2014년에 1.6L 하이브리드로 엔진 규정이 바뀌면서 꼴찌가 됐다. 르노 엔진 명성이 추락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이어온 레드불 파트너십도 깨졌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한 르노가 로터스를 다시 사면서 F1을 지속한 것이다. 만약 당시 자존심 싸움이 없었다면 로터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매년 세계 F1 서킷을 다니는지?
 "규정 상 참가 인원이 제한돼 있다. 그만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인원이 풍족하지 않다. 팀 투어 인력은 제한돼 있고 현장에 즉각적으로 투입되는 인원 위주로 가야 한다. 경주차가 고장 났다면 1시간 내에 고쳐야 하고 드라이버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10분 안에 대답해줘야 하는 급박한 인력들이다. 나는 퍼포먼스 팀에 있기에 가령 새로운 장치가 있으면 분석하는 목적으로 종종 간다. 기간을 놓고 보면 1년이면 1~2번 가는 것 같다"

 -F1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무조건 에어로다이내믹이다. 몬자의 경우 코너가 3개밖에 없다. 고속 위주이며 반대로 모나코는 심한 코너가 엄청 많다. 이렇게 각기 다른 극적인 코너에서 어떻게 에어로다이내믹이 나오느냐가 핵심이다. 그래서 모나코 경주까지 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다. 팀별로 성능이 다 나오는 것이다. F1 성능의 핵심은 에어로다이내믹이며 이를 못 잡으면 포기하고 하체나 서스펜션, 성능, 접지력 등 다른 부분에 집중한다. 아니면 아예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돈 아끼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F1 첨단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되는 사례는?
 "사실 첨단 기술은 일반 양산차에 더 많다. F1에는 하이-퍼포먼스나 내구성이 뛰어난 기술이 있을 뿐이다.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이다. 첨단 기술만 보면 최근 자율주행 레벨3 등이 적용되는 일반 차가 나을 수 있다.

 물론 F1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도 몇 개 있다. 대부분 고가여서 바로 쓸 수 없는 기술이었는데 대표적으로 카본 섀시나 듀얼클러치, 패들시프트 등이다. 사실 F1은 돈에 구애 받지 않는다. 성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만들기에 해당 기술이 F1에 처음 쓰이게 됐고 양산차로 흘러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고 보면 하이테크 측면에서 봤을 때는 양산차가 더 뛰어 날수 있다"

 -F1 종사자로서 포뮬러 E를 어떻게 보는지?
 "소망을 담아 이야기하면 F1이 포뮬러 E로 바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포뮬러 E는 인기가 없다. 일단 박진감이 없고 파워만 생각해도 F1은 1,000마력 이상이 되는데 포뮬러 E는 500마력도 안된다. 일반 양산차와 별 차이가 없으며 역동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게 전동화로 자동차 업계가 넘어가고 탈 석유 시대가 도래하면 F1도 바뀔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를 쓰는 것이고 어떻게든 내연기관을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2026년부터는 내연기관의 연료까지 바꾼다. 그러나 무엇보다 팬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며 큰 돈이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사업가들의 생각도 반영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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