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열전’ 마스터스 대회 셋째날인 8일(현지시간) 오전 6시30분.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의 텅 빈 드라이빙 레인지에 한 선수가 들어섰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였다. 그는 평소 루틴대로 웨지를 시작으로 아이언, 우드, 드라이버 순으로 샷을 점검했다.
이날은 프레드 커플스, 게리 플레이어 등 단 두 명만 올라 있는 ‘마스터스 23회 연속 커트 통과자’ 명단에 우즈 이름이 새겨질지 결정되는 날이었다. 전날 오후부터 쏟아진 장대비 때문에 우즈는 8개홀을 남긴 상황에서 2라운드 경기를 멈췄다. 당시 우즈의 스코어는 2오버파. 커트라인의 경계점이었다. 1997년 이후 마스터스대회에서 22회 연속 커트를 통과한 우즈의 기록이 멈출 위기에 처한 상황. 그가 새벽부터 연습장을 찾은 이유 중 하나였다.
12번홀(파3)에서 경기를 재개한 우즈는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15번홀(파5)에서는 9m 버디 퍼트를 잡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그의 샷도 흔들렸다. 17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연달아 보기를 기록해 2라운드 합계 3오버파 147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때 우즈의 성적은 공동 51위. 마스터스의 커트 오프 기준(공동 50위)에 한 끗발 부족했다.
임성재(25), 저스틴 토머스(30·미국) 등 당시 잔여경기를 치르던 ‘2오버파 선수’가 실수를 하느냐에 따라 우즈의 본선행이 결정되는 상황. “마스터스를 사랑한다. 남은 3, 4라운드도 계속 뛰고 싶다”던 우즈의 바람을 이뤄준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절친’ 토머스였다. 17~18번홀 연속 보기로 자신은 커트 탈락하고, 친구에게 본선행 마지막 티켓을 건넸다.
이로써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커트 통과 총 24회, 연속 통과 23회 기록을 달성했다.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커트 탈락한 건 1996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해 첫날과 둘째 날 3오버파 75타씩 적어내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두 시간 뒤 시작된 3라운드에서 그는 다른 사람이 됐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오후 들어 장대비로 바뀐 데다 기온도 섭씨 10도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2년 전 교통사고 이후 우즈는 궂은날엔 눈에 띄게 컨디션이 떨어진다.
임성재와 함께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했고 15, 16번홀에서는 연달아 더블보기를 쳤다. 그가 마스터스에서 두 홀 연속 더블보기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악천후로 또다시 경기가 중단될 때까지 치른 7개 홀에서 그는 6타를 잃었다. 우즈의 마스터스 18홀 최다 타수는 지난해 3, 4라운드에서 기록한 6오버파다. 그런데 이번엔 7개홀 만에 6오버파를 쳤으니, ‘최악의 기록’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우즈는 기권을 택했다. 9일 3라운드 잔여경기 시작을 한 시간 앞두고 주최 측인 오거스타내셔널GC는 “우즈가 3라운드 7개 홀을 마치고 부상 때문에 기권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는 3라운드 후 기권했다.
LIV골프에서 뛰고 있는 브룩스 켑카(33·미국)가 3라운드 12번홀(파3)까지 12언더파로 선두를 달렸고 욘 람(29·스페인)이 1타 차로 추격했다.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한 ‘한국 4인방’ 이경훈(32), 김시우(28), 임성재, 김주형(21)은 모두 커트를 통과했다. 한국 선수 4명이 마스터스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경훈이 15번홀(파5)까지 2언더파, 임성재가 3번홀(파4)까지 1언더파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