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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끝에 대호황 온다"…삼성전자 '50조 베팅' 또 통할까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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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2일. 외환위기를 목전에서 삼성전자 재무팀 관계자들은 미국 뉴욕을 찾았다.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반도체 감산에 나서던 시점이다. 이 회사는 뉴욕에서 금리 연 7.7%에 달러표시채권(양키본드) 1억달러를 발행했다.

당시 대기업들이 두 자릿수 금리에 자금조달을 하던 시점인 만큼 조달에 선방했다는 지배적이었다. 이 자금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의 토대를 마련했다. '불황→감산→투자→대호황'이라는 삼성전자의 불황 극복 공식이 정착된 계기도 됐다. '감산 끝에 낙이 온다(減産甘來)'는 말도 나왔다. 최근 감산에 착수한 삼성전자는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벼르고 있다.

9일 증권업계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투자규모는 45조~50조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이 회사의 DS 부문 투자 규모(47조8717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수준의 투자를 유지할 뜻을 여러 번 밝혔다. 지난 6일 내놓은 잠정실적 설명자료에서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2월 이 회사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도체 경기가 휘청이면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DS 부문에서 4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실적 발표에 함께 반도체 생산량을 줄인다고도 밝혔다. 이 회사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투입하지 않는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2008년 경우에는 설비를 재배치하거나 유지·보수하는 방식의 기술적 감산을 이어 나간 바 있다.

1997~1999년과 2007~2009년 반도체 빙하기 때마다 감산·투자를 바탕으로 업계 1위를 다지는 전략을 구사했다. 1996~1998년 1차 빙하기 당시에는 D램 가격은 고점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폭락하면서 국내에서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로 통합됐다. 일본 기업들도 NEC가 히타치메모리 사업부를 흡수합병해 엘피다를 세우는 등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1998~2001년에 삼성전자는 D램 설비투자 등에 13조원을 투자하면서 실적을 크게 불렸다. 1997~1999년 2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이 회사는 구조조정이 끝난 직후 실적이 급반등했다. 2000년과 2001년 영업이익으로 각각 5조3760억원, 9조603억원을 기록했다.

2차 빙하기는 2007~2009년에 찾아왔다. 당시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적 설비 확장에 결과 D램 가격 폭락했다. 2009년 세계 메모리반도체 5위 기업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 삼성전자도 2008년 4분기 영업손실을 내면서 기술적 감산에 들어갔다.

80나노(㎚,1㎚는 10억분의 1m) D램 설비가 주축인 이 회사는 50나노·40나노 D램 투자를 대폭 늘렸다. 다른 기업들이 60나노 설비에 투자를 집중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통상 반도체를 만들려면 웨이퍼 원판 위에 나노 크기의 정보처리용 회선을 그린다. 회선폭을 줄일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비용은 줄어드는 등 반도체 성능을 좌우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설비투자는 적중해 2012년 영업이익 29조원대를 기록해 20조원대를 처음 돌파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왔던 것과 비교해 큰 폭 성장한 것이다. 최근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한 삼성전자의 감산감래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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