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일 어닝쇼크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4% 넘게 급등했다.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 기업 주가도 일제히 치솟았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이날 반도체주는 증시 개장과 함께 오르기 시작해 상승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4.33% 오른 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장 내내 상승폭을 확대해 6.32% 오른 8만9100원에 마감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시간외거래에서 4.85% 상승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8811억원어치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작년 3월 24일(9525억원) 후 최대 규모다. 기관은 114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는 2021년 2월 25일(1조1111억원) 후 최대 규모인 98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업황 회복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 가동률을 최대 20%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과잉 재고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은 하반기에 반등하겠지만 주가는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이 실물 경제에 6개월가량 선행해 움직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원에서 9만원으로 높였다. 올해 급감한 실적이 내년부터 2025년까지 가파르게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국내 증권사들도 8만원 전후의 목표가를 유지하고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업황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도 이날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공정용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한솔케미칼은 13.56% 급등했다. 하나머티리얼즈(16.67%)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