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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공포·기쁨…시대마다 '대표 감정'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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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대표하는 감정을 정의할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감정의 역사>는 나치즘을 연구해 온 김학이 동아대 사학과 교수가 시대별 ‘감정 레짐’에 주목해 지은 책이다.

책은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시대를 상징하는 감정을 탐색한다. 16세기 독일을 휩쓴 종교적 ‘공포’를 설명하기 위해 루터의 <소교리문답> 속 텍스트를 풀이하는 식이다.

당시 독일은 ‘신성한 공포’가 지배했다. 종교가 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공포는 신의 전유물이었다. ‘하나님만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신에 대한 경외심 이외의 사사로운 공포는 엄격히 통제됐다. 심지어 지옥을 두려워해서도 안 됐다. ‘지옥을 두려워하는 자는 지옥에 간다’는 루터의 선언이 이를 보여준다.

17세기의 ‘무감동’과 ‘분노’에 대해선 <스웨덴 백작부인 G의 삶> 등 세 편의 소설을 동원한다.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 창업주의 회고록을 통해 노동이 ‘기쁨’으로 전환하던 산업혁명 시기의 모습을 설명한다. 나치 치하 독일인들의 ‘차분한 열광’은 슈푀를의 코믹소설 <가스검침관>으로 분석한다.

이런 여정을 통해 시대에 따라 중요하게 여겨진 감정이 바뀌었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저자는 “감정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확인하면 각 시대의 고유성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학자로서 김 교수는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독일의 감정사를 파고들었다. 고도로 절제된 일상을 보낸 칸트부터 프로테스탄티즘의 금욕주의를 강조한 베버까지. 독일의 사상가들은 독일이 ‘감정의 불모지’라고 느껴질 정도로 딱딱한 인상을 준다. 이런 독일의 근현대사도 감정의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훗날 어떤 감정 레짐으로 기억될까. 저자는 대표적인 감정 중 하나로 ‘혐오’를 꼽는다. ‘분노 사회’ 혹은 ‘혐오 사회’란 단어가 빈번하게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저자의 분석에 타당한 부분이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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