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소송 불출석으로 논란이 된 권경애 변호사를 대신해 유족 측의 변호를 양승철 변호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변호사를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에게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재심 전문 변호사로 '청산가리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의 실제 주인공이다.
박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씨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자신이 양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 소개, 사람 소개 다 부담스럽기 때문에 변호사 소개는 잘하지 않아 왔지만 이번에는 소개했다"면서 "양 변호사는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등 갑작스러운 부재 시 사후 처리를 해 줄 관계라고 믿고 있고, 저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기철 어머님의 전화를 받은 날은 음주 후 정신없는 상태에서 울먹이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아무래도 심각한 상황 같아서 다음 날 오전에 전화 드렸고 자초지종을 듣게 됐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사건진행내역을 검색해보니 현실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권경애 변호사는 공인이다. 본 적은 없지만 본인이 쓴 책에 저의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 활동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으니 관계가 없는 사람도 아니다"라며 "조언을 드리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소송비용 확정 신청이 어머님 주소지로 보내진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황당한 상황을 혼자 대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새로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사실이 권 변호사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발 빼려고 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면서 "믿고 맡긴 변호사한테 이런 일을 당했는데, 누구를 믿고 다른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겠냐면서 직접 맡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되는 걸 아니까 소개라도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누굴 믿고 찾아갈 수 있을까 싶어서 또 상처받는 상황은 막고 싶었다"면서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양 변호사는 법정 안팎에서 이 사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변호사를 소개한 사건은 양 변호사를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저는 사건 자료 안 보는데, 이번에는 소개자로서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면서 "시간 될 때 기록 보면서 양 변호사에게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법조계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는 케이스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기철 어머님도 진영논리 등으로 사건이 소비되는 걸 반대한다. 법률가가 이래도 되는가. 이런 무책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건을 통해 알리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폭 재판에 3회 연속 불출석해 패소하게 한 권 변호사는 유족 측에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각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양 변호사 측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9000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게 갚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고 자취를 감췄다.
권 변호사는 법무법인을 그만둔 뒤 주변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뒤 사망한 딸의 소송을 8년간 힘겹게 이어온 이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5개월 전 패소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전해 충격을 줬다.
사건 변호를 맡은 당사자가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활발히 SNS 활동을 해온 권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숨겨오다가 좀처럼 진척이 없는 소송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이씨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자 그제야 변호사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