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7일 15: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결국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경영권 보장을 원하는 최대주주와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는 PEF 간 이해관계를 맞췄다. 피엔티는 조달 자금으로 본격적인 공장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피엔티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유상증자를 통해 1500억원을 조달한다. 도미누스가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1000억원을 투입하고, NH투자증권은 IBK캐피탈과 함께 프로젝트 펀드로 500억원을 투자한다.
피엔티는 작년 말까지 MBK파트너스와 신주 발행을 통한 경영권 매각을 논의했다. MBK는 최대주주 김준섭 대표의 구주(16.31%)까지 사길 원했다. 김 대표는 구주 매각엔 선을 그었다. 경영권을 잠시 양보하더라도 경영에 참여하고 추후 경영권을 되찾아올 구조까지 원했다.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거래가 무산됐다.
그 빈자리를 도미누스가 파고들었다. 도미누스는 1년 전부터 피엔티를 점찍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정도현 대표가 이끄는 도미누스는 성장세가 기대되는 강소기업에 투자 안전장치를 두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PEF 출자 기관(LP) 사이에서 잃지 않는 구조의 '짠물 투자'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RCPS를 고집했고, 결국 회사를 설득시켰다.
RCPS로 피엔티 부채비율 낮춰
도미누스는 RCPS가 회사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환권의 행사 권한을 피엔티가 가지면서 RCPS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게 됐다. 피엔티는 납입일 5년 뒤부터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부채비율이 떨어지면서 차입여력도 생겼다. 피엔티는 366.5%의 높은 부채비율로 금융사를 통한 차입이 어려웠다. 수주형 사업구조 때문이다. 사업 수주에 따른 선수금이 부채로 계상되며 부채비율을 키웠다. 대규모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유치가 시급했다. 지난해 말 기준 2차전지 사업부 수주잔고는 1조1254억원, 소재사업부는 3804억원이었다. 1조5000억원을 웃돈다. 연말엔 수주잔고가 1조7000억원까지 치솟을 예정이었다. RCPS 거래 구조가 어느 정도 합의되자 NH투자증권도 함께 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막판 IBK캐피탈도 끌어들였다.
투자자로선 1년 후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도미누스와 NH-IBK 컨소시엄은 내년 이 맘때부터 6년 동안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를 갖게 됐다. 전환가는 신주 발행가 5만305원이다.
아울러 우선배당률이 없어 꼭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이 없다. 대신 상환가액은 IRR 3% 수준의 풋옵션 행사 조건을 포함시켰다. 납입 5년 뒤부터 2029년까지 매년 연 복리 3%포인트씩 오르는 구조다. 상환기일까지 상환을 하지 못하면 연 단리 15%를 적용한 금액을 받기로 했다.
일본 히라노 매출 따돌리며 '고성장 행진'
피엔티는 업력 20년 차, 코스닥 입성 10년이 넘은 2차전지 장비주 '맏형격'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2차전지 3사와 중국 유럽 배터리 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25년까지 북미에서 현대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인 SK온의 대규모 수주 잔고도 피엔티가 채운다. 2차전지의 생산 공정은 크게 '전극-조립-활성화' 3단계로 나뉜다. 피엔티는 전극 공정에 속한다. 전극 공정은 2차전지를 작동시키는 핵심인 양극과 음극 전극판을 만드는 과정이다. 전체 배터리 수율에 핵심 단계라 기술력이 특히 중요하다. 피엔티는 여기에 필요한 롤투롤 기술에 강점이 있다. 롤투롤은 회전하는 롤(roll)에 소재를 감아 물질을 도포하는 기술이다.
작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1위인 일본 히라노의 실적을 앞섰다. 히라노는 지난해 매출로 3000억원 초반, 영업이익률 9%를 기록했다. 피엔티는 매출 4178억원, 영업이익률 18.2%다. 히라노는 일본 기업 특성상 공격적인 증설을 하지 않아 성장이 정체된 상황으로 전해진다. 피엔티는 이번 조달금으로 구미 4·5공장을 증설한다. 도미누스는 추가 증설 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다.
피엔티는 상장 이후 꾸준하게 주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현재 시가총액 1조3000억원대에 이른다. 자금조달 발표 후 6일 17.78% 오른 6만1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장 증설로 한단계 회사가 레벨업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7일엔 하락세를 보이다 3.73% 떨어진 5만9300원에 마쳤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