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 중 한 곳으로 한국이 꼽힌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CNBC 방송은 6일(현지시간)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진단을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타인 디렉터는 “1차 에너지 중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수입의존도 자체가 높은 동남아시아의 신흥시장과 일본?한국 등 중공업 부문에서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에너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석유의 7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일본에서도 석유는 주된 에너지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지역에 대한 일본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80~90%”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인도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심할 전망이다. 이 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가 가해진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인도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5% 늘었다. 글로이스타인 디렉터는 “석유 가격이 오르면 값싼 러시아산 원유도 인도의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 잠재적 영향을 받을 국가들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 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에너지 에스펙츠 설립자 암리타 센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서 외화 보유량이 적은 국가들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며 “석유 가격이 미국 달러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카노프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상승분은) 모든 석유 수입 경제에 부과되는 세금과도 같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가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계획을 밝히면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고용 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