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7일 07: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비주력사업인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진단사업부문)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거래 완주를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LG화학은 해당 사업부의 매각을 과거에도 한 차례 시도했다가 임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의사를 접어야했다. 이번 매각에서 뚜렷한 해법을 마련해야 매각 성사가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임해 LG화학 내 진단사업부문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이음프라이빗에쿼티 4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해 오는 28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본입찰까지 남은 기한은 약 3주. 일반적인 M&A에서 숏리스트 후보들에 약 8주간 실사기간을 주는 점과 대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사기한을 부여한 셈이다.
매각가로는 1000억원대가 거론된다. LG화학은 매각대금을 신약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8000억원을 투입한 미국 신약개발사 아베오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도 덜 예정이다.
LG화학의 진단사업부문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LG화학은 2018년 말에서 2019년 까지 한 차례 물밑에서 사업부 매각을 타진했다. 당시 중견 바이오사들이 관심을 갖고 협상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녹십자와 막바지까지 단독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계약엔 실패했다. 대부분 연구진으로 구성된 임직원들이 중견 제약·바이오사로의 합류에 대해 극렬한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다. 핵심 연구진들이 이 과정에서 이직하는 등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일부 직원이 LG그룹 지주사인 ㈜LG에 매각 반대와 관련한 투서를 보내는 등 반발이 있어서 그룹 차원에서 매각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절차에서도 매각 측이 임직원들의 반발과 이탈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다. 원매자들도 실사 과정에서 해당 문제를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네 곳의 후보들이 바이오 및 제약 사업을 꾸려온 기업(SI)이 아닌 사모펀드(PEF)다 보니 인력 이탈 문제는 더욱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LG화학은 1986년 진단시약 연구개발(R&D)을 시작해 37년간 해당 사업을 꾸려왔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200억원을 올렸다. 2016년 LG화학과 LG생명과학이 합병하면서 현재는 LG화학의 사업부문으로 남아있다. 큰 폭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사업부는 아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린 옛 LG생명과학 출신 우수 인력들이 다수 포진한 사업부로 알려졌다.
LG화학은 글로벌 신약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해당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알레르기 반응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테스트하는 각종 진단 시약 및 유전자증폭(PCR) 장비 사업이 주력 분야다. 코로나19 진단과 관련한 사업군은 따로 보유하지 않아 '코로나 특수'를 누리진 못했지만, 일부 인수 후보들은 거품이 끼지 않은 가격에 오히려 안정적 현금을 벌어들이는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내다보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