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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지도 못하고…사옥 앞 '흉물 현수막' 알박은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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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아작내자.’ ‘범죄 수괴 박살 내자. 나를 죽여라.’

4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주변에는 자극적 문구의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의 현수막은 혈서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글씨였다. 서울 청계천로 한화그룹 본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이지만 ‘조합원 등쳐먹는 한화 규탄한다’ 등 자극적인 문구가 청계천 일대를 장식했다. 인근 외국계 증권사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기업 경영진과 기업을 죽이겠다는 말 자체가 협박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가만두는 게 이상하다”며 “본사 직원과 친구들이 현수막의 정체를 물을 때마다 민망하다”고 말했다.
‘현수막 알박기’에 골병드는 도심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대기업과 경영진을 집중 공격하는 현수막 공해가 도를 넘고 있다.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거나 ‘경영진을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성 문구가 대부분이다. 집회 신고만 하면 집회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현수막을 하루종일 내걸 수 있어 도심 한복판 눈에 띄기 좋은 자리에 사실상의 ‘알박기’를 하고 있다.

기업 본사 앞 현수막은 회사 노조가 내건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대로에 있는 쿠팡 본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역부터 잠실중까지 200m에 걸쳐 ‘고용을 보장하라’ ‘냉방 시설 구비하라’ 등의 현수막을 걸었다. 인도에서 찻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본사 바로 앞엔 불법 천막까지 들어서 시민 보행을 방해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 150여 명에 불과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0개가 넘는 현수막을 걸었다”며 “노조 요구를 들어줘도 다른 요구 사항을 적어 현수막을 다시 내걸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 주민 역시 불편을 호소한다. 주민들은 송파구에 “노조 행패를 왜 계속 내버려 두느냐”고 지속적인 민원을 넣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달 현장을 방문해 “집회가 있을 때만 걸 수 있다”고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수막 알박기는 사옥 앞뿐만이 아니다. 기업 회장 자택 인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날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집 인근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지하 통과에 반발하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법원의 시위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장소와 문구 등을 변경해 꼼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주민은 “GTX에 관심도 없는데 이런 현수막을 왜 계속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법으로도 막을 방법 없어”
시민 불만에도 현수막이 방치되는 이유는 이를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옥외광고물 관리법 8조에 따르면 현수막은 집회 신고를 한 경우에만 걸 수 있다. 노조나 시민단체는 집회를 ‘0시부터 23시59분까지’ 신청하고 실제론 집회를 하지 않는 꼼수로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 법제처는 2013년 “집회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소용이 없다.

현수막을 철거해야 하는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손을 놨다. 충돌을 우려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소극 행정을 펴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음대로 현수막을 철거할 경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내부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도 지지부진하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1월 ‘실제 집회가 열리지 않는 동안엔 현수막 설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돼 있다. 서 의원은 “법제처 유권해석도 있는 만큼 현수막 꼼수 설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이광식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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