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 특별감리 당시 금감원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금감원이 삼바에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낸 사실을 언론에 공지한 것은 위법이라는 금융위원회 판단을 일축한 것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9일 감사위원회의를 열어 삼바 특별감리 과정서 금감원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위원 간 표결을 거쳐 ‘불문(문제삼지 않음)’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금감원 정기감사 결과 보도자료와 공개문에도 관련 내용은 빠졌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정책, 주요 감사계획과 감사결과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감사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6명의 일반위원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금감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4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삼바에 대한 1차 특별감리를 실시했다. 감리가 마무리되던 2018년 5월 1일 금감원은 삼바와 감사인에 회계처리 위반에 따른 조치안 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삼바가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이었다.
조치안 사전통지는 조치 대상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이뤄지는 절차다. 당시 금감원은 삼바와 감사인에 조치안을 사전통지하며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같은 날 출입기자단에도 문자메시지로 삼바에 대한 사전통지서 발송 사실을 알렸다. 삼바가 금감원으로부터 회계처리 위반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음날 삼바 주가가 17.2% 급락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바 측은 “감리절차가 한창 진행중인 민감한 사안에 대해 관련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노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치안 사전통보 사실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초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정기감사에 착수하면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도 금감원의 문자 공지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봤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초 감사원에 외부감사법 및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비밀유지 의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법령 해석을 보냈다.
같은 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저희 실무진이 나름 판단했다는 걸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건은 법률 위반 여부를 떠나서 굉장히 좀 안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는 거 같다”며 “위법성을 전제로 형사처벌을 감안한 판단을 물어보신다면 개인적 경험으로 볼 때 ‘아니다’고 말씀드린다”고 맞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원장은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재직 당시 삼바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그룹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에서 금감원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다”며 “감리업무를 위·수탁한 기관 간 잘 협의해서 자율적으로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