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각각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판매 성장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한 주춧돌을 놨다. 상대적으로 ‘비싼 차’를 더 많이 판매한 덕분에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현대차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난 극복하며 판매 성장
현대차, 기아는 3일 각각 3월 국내외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7만4529대, 해외 30만7356대 등 총 38만1885대를 판매했다. 작년 3월보다 국내는 40.9%, 해외는 17.4% 증가하며 총 21.3% 늘었다. 1월과 2월에 이어 3월까지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1분기에만 100만 대를 돌파했다. 1분기 판매는 102만31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지난달 국내 세단 판매는 그랜저(1만916대), 레저용차량(RV) 판매는 팰리세이드(4820대)가 이끌었다. 포터도 1만282대 팔리며 그랜저와 동시에 ‘1만 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4670대)가 판매를 견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공급난이 완화되고 그랜저, 아이오닉 6, 코나 등 주요 신차 판매도 늘었다”며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과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등을 출시해 판매를 극대화하고, 고부가가치 차종을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 5만3046대, 해외 22만4911대, 특수 318대 등 27만8275대를 판매했다. 국내는 전년 동기 대비 17.8%, 해외는 9.2% 증가했다. 전체적으론 10.9% 늘었다. 국내에서는 쏘렌토(6890대), 해외에서는 스포티지(4만2445대)가 가장 많이 팔렸다.
기아 역시 올 들어 판매 상승세를 지속하며 1분기에만 70만 대를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대비 12% 증가한 76만7700대를 판매했다. 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이 완화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역대급 영업익 예고
현대차·기아의 1분기 판매 호조는 역대급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을 2조5620억원으로 추정했다. 작년 1분기보다 24.7% 늘어난 규모로, 실현되면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국내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83억원으로 추정됐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28.1% 증가한 규모다. 추정치대로라면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판매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만큼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분기 판매량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연간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432만1000대, 영업이익 11조9189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기아는 판매 320만 대,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이 연간 목표다.
이달 18일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이 시행되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기아는 기존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의 전기차 추가 생산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 필요없는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김일규/빈난새/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