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던 오랑우탄이 울타리 너머로 사육사의 시범을 지켜보더니, 새끼 오랑우탄에게 젖을 먹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메트로리치먼드 동물원'은 지난달 30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14세 오랑우탄 '조이'가 엄마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조이는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엄마를 잃어 한 번도 오랑우탄의 양육방식을 경험하지 못한 '초보 엄마'다. 이런 상태로 2021년 첫 새끼인 '타비'를 낳았다.
일반적으로 야생에 사는 오랑우탄은 엄마와 아기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마 오랑우탄은 새끼가 8살이 될 때까지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다 큰 오랑우탄도 엄마를 만나러 가곤 할 정도로 서로 가깝게 지내는 습성을 지녔다.
반면 조이는 달랐다. 그는 타비를 멀찍이 떨어진 나무에 두고 수유하려 하지 않았다. 사육사들이 동물 인형으로 갖가지 시범을 보였음에도 무관심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조이가 지난해 4월 둘째를 임신하게 됐고, 조이의 모성 본능을 일깨워주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는 게 사육사들의 설명이다.
사육사들은 울타리 안에 40인치 크기의 TV를 설치해 오랑우탄의 출산과 육아를 다룬 유튜브 영상을 틀어줬다. 인형을 안은 채 바닥을 기거나 비스킷을 먹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이가 지난해 12월 둘째를 낳았을 때는 사육사 중 실제 갓난아기를 돌보던 초보 엄마 휘틀리 터너가 중책을 맡았다. 해당 동물원에서 3년간 사육사로 일한 그는 4개월 된 아들과 함께 조이 앞에서 직접 모유 수유 시범을 보였다.
해당 사육사는 조이가 사는 구역의 울타리 바깥에 주저앉아 자신의 아이와 조이의 새끼, 자기 가슴과 조이의 가슴을 번갈아 가리키며 차근차근 모유 수유 방식을 설명해나갔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게 동물원의 설명이다. 조이가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더니, 터너의 시범이 끝나고 하루가 채 안 돼 처음으로 모유 수유하기 시작했다는 것.
동물원 측은 "조이는 새끼와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며 "수유할 때도 새끼가 내는 소리에 따라 자세를 바꾸는 등 능숙해졌다"고 기뻐했다.
제시카 그링 동물원 책임 사육사도 "오랑우탄은 유인원 가운데 가장 지능이 높은 종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해하고 배우는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