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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2분기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과 챗봇(채팅 로봇)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도체 업황을 놓고 비관적 전망이 적잖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펀드매니저들은 대체로 “바닥을 통과하고 있어 반등이 임박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촉발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세 명 중 두 명은 “부실 금융회사가 앞으로도 더 나오겠지만 사태가 원만히 수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국내 20개 주요 운용사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103명을 대상으로 벌인 ‘2분기 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다.

2분기 주도 업종 1위는 반도체
펀드매니저들은 2분기 시장을 주도할 업종·테마(2개 복수 응답)로 반도체(54.4%) 2차전지(31.1%) AI·챗봇(24.3%) 리오프닝(17.5%) 로봇·항공우주(13.6%) 등을 지목했다. 2분기 조정받을 우려가 큰 업종·테마(2개 복수 응답)로는 2차전지(36.9%) 금융(32.0%) 건설(24.3%) 메타버스(11.7%) AI·챗봇(9.7%) 등을 꼽았다. 반도체주가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답변은 7.8%에 그쳤다.

최근 두드러진 급등세를 보인 2차전지주의 경우 “더 오른다”와 “너무 올랐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베테랑급’ 펀드매니저일수록 후자 쪽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최고투자책임자(CIO) 직급 응답자의 80%가 2차전지를 조정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꼽았다. 이들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거의 다 선반영됐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도해졌다”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금융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지난 1분기 조사에서 12.4%에 불과했지만 이번 2분기 조사에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의 부실화 문제를 지적한 펀드매니저가 많았다.
기대 수익률 눈높이 올라
2분기 시장에 영향 미칠 변수(2개 복수 응답)는 ‘인플레이션·금리 인상’이라는 답변이 50.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업 실적 둔화’(43.7%), ‘금융 시스템 리스크’(37.9%), ‘중국 리오프닝’(28.2%), ‘소비 심리 위축’(17.5%) 등의 순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하는 시점은 올 2분기로 예상한다는 펀드매니저가 43.7%로 가장 많았다. 3분기와 4분기로 점친 응답자가 각각 30.1%, 9.7%로 뒤를 이었다.

연초만 해도 우울한 전망으로 가득했던 증시는 예상 밖의 1월 랠리를 펼치는 등 선방했다. 펀드매니저들도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올해 연간 주식투자 목표 수익률은 몇 %로 잡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 ‘10~15%’(26.2%)라는 응답이 1위를 기록했다. 석 달 전 1분기 조사에서는 ‘5~7%’(34.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기대 수익률의 눈높이가 한층 올라간 셈이다.

SVB 사태로 시작된 금융 시스템 리스크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 같냐는 질문에는 “부실 금융회사가 더 늘겠지만 원만하게 수습될 것”이라는 답이 67.0%를 차지했다. “대형 위기로 확산할 것”이라는 시각은 4.9%의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2분기 코스피지수 예상 상단은 ‘2500~2599’(39.8%)와 ‘2600~2699’(23.3%)를 제시한 펀드매니저가 절반을 넘었다. 코스피지수 하단은 ‘2300~2399’(33.0%)와 ‘2200~2299’(31.1%)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코스닥 조정 예상”
펀드매니저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뒤 2분기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곳은 어딘지를 고르도록 하는 질문도 있었다. ‘국내’와 ‘미국’의 경우 각각 50.9%, 49.1%로 엇비슷했다. ‘선진국’(49.1%)과 ‘신흥국’(50.9%) 역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반면 ‘코스피 대 코스닥’에서는 코스피(66.7%)가, ‘국내 대형주 대 국내 중소형주’에서는 국내 대형주(68.3%)가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최근 유가증권시장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닥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다수를 차지했다. ‘국내 대형주’(39.0%)와 ‘해외 대형주’(61.0%), ‘국내 성장주’(33.7%)와 ‘해외 성장주’(66.3%) 간 비교에서는 해외 쪽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답변이 우세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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