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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행동주의펀드에 압승…차석용 등 이사회 입성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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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막아내고 압승했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를 비롯한 주주 제안 사외이사 후보들의 이사회 입성은 좌절됐다. KT&G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1%)이 이사회 측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주총 이후 백복인 KT&G 사장 체제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주총에선 KT&G 이사회 측 안건들이 통과됐다. 행동주의펀드 제안 안건 중 유일하게 분기 배당 신설 안건이 가결됐지만, 이는 KT&G 이사회도 동의한 안건이다.

이날 상정된 안건 수는 34개에 달하고, 행동주의펀드가 총 5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행사장에 입장하려는 주주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소액주주가 몰려 출석 주주와 주식 수를 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개회가 1시간 반 넘게 지연되기도 했다.

현금 배당은 KT&G 이사회 안건인 주당 5000원으로 확정됐다. 앞서 안다자산운용은 주당 7867원을, FCP는 주당 1만원을 제시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FCP안을 기준으로 하면 배당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1조1293억원)을 웃돈다. FCP는 여기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까지 제안했지만 이 또한 부결됐다.

사외이사를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자는 안다자산운용 측 제안도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두 자리에 현 사외이사인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경영대 교수가 재선임됐다. 모두 KT&G 이사회 추천 후보다. FCP가 제안한 차 전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는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행동주의펀드는 KT&G의 외국인과 소액주주 비율(63%)을 고려할 때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행동주의펀드가 소액주주의 결집을 도모해 판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3일 국민연금이 이사회 측 제안에 모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판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행동주의펀드의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주주들이 KT&G 현 이사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백 사장의 리더십이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5년 10월 취임한 백 사장은 2021년 연임에 성공해 8년째 수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백 사장은 이날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27년까지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FCP가 KT&G에 대한 주주행동을 지속할 계획이어서 이번 주총 이후에도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KT&G 주가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KT&G는 전일 대비 2100원(2.4%) 하락한 8만5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전=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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