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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한·미 문화 아이콘, 블랙핑크 vs 레이디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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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국빈 만찬(state dinner)의 초청 가수는 엘튼 존과 스티비 원더였다. 엘튼 존은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sir) 작위까지 받은 영국의 보물이다. 스티비 원더는 시각장애를 이겨내고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전설의 뮤지션이다. 국빈 만찬 공연자들의 격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은 작년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내외였다. 당시 환영 행사 공연자로 발탁된 사람은 흑인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였다. 그해 그래미상 5개 부문을 휩쓴 수상 경력과 더불어 출신 배경도 고려 대상이었다. 그가 태어나고 활동한 뉴올리언스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주의 최대 도시다. 국빈 만찬 이후 80세 바이든과 44세 마크롱의 ‘브로맨스’는 더 돈독해졌다고 한다. 만찬 행사를 주관한 질 바이든 여사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음달 말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국빈 방문 정상이 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 환영 만찬에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K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 1위에 오른 블랙핑크와 ‘팝 디바’ 레이디 가가 역시 국빈 만찬 공연자로 손색이 없는 스타들이다. 특히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을 주제로 협연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하니,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질 바이든 여사의 안목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1998년 6월 클린턴 대통령 시절,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국빈 방문했을 때 만찬 행사의 공연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간판스타였던 한국 대표 프리마돈나 홍혜경 현 연세대 성악과 교수였다. 홍혜경이 마지막 곡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자 김 대통령 내외가 눈물을 쏟는 등 행사장인 백악관 이스트룸은 감동에 휩싸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우리는 이 순간 모두 한국민이 됐다”고 했다. 국빈 만찬 문화행사의 힘이 이런 것이다.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행사 대응 미숙으로 용산 대통령실 관련 비서관이 경질됐다고 하니 씁쓸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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