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도입 예정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관련해 관광 목적으로 지방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사장은 28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다양한 미래 산업에 관해 언급하며 "UAM은 관광지에 딱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와이 등에서 헬기 투어를 하듯이 제주도나 다도해 등의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고 이후 도심지역으로 차츰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통신사업보다 인공지능(AI), UAM, 메타버스 이프랜드 등과 같은 다양한 비(非) 통신 사업의 성과와 의의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유 사장은 "실적 규모는 통신과 비교했을 때 작지만 실제 성과를 보여주는 사업을 차곡차곡 키워왔다"면서 "이런 성과가 회사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크다"고 했다.
유 사장은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꼭 이루어내겠다"며 "AI 챗봇 에이닷(A.)과 이프랜드 등도 글로벌로 진출할 것"이라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이프랜드의 경우 곧바로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하고, 에이닷은 각국 통신사와 협력해 플랫폼을 만들어 지역 특성에 맞게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 등 글로벌 톱티어 AI 회사와 제휴하고, 시장 선점과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겠다"며 "수동적인 통신사가 아닌 혁신적인 테크 컴퍼니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SK텔레콤은 기존 서비스 각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데도 한층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예컨대 전국 기지국의 무선 네트워크 품질관리에도 AI 솔루션('A-STAR')를 적용하는 식이다. 전국 기지국 장비의 품질 데이터를 매시간 분석해서 이상현상을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품질이 떨어진 경우 원인을 자동으로 분석하며, 과거 품질개선 조치 내용을 학습해서 적절한 개선방법을 추천하는 솔루션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일부 사업장에 이를 적용해 본 결과 품질분석 소요 시간이 80% 줄어들고 선제적 개선조치 비율이 46% 늘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세대 이동통신(5G) 28㎓ 기지국 구축과 관련해서는 할당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3사가 5G 28㎓ 주파수 이용 조건으로 제시한 '기지국 1만5000대' 설치 요건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SK텔레콤은 주파수 이용 기간 단축, KT와 LG유플러스는 주파수 회수 조치를 단행했다.
SK텔레콤도 오는 5월말까지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으면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다. 유 사장의 발언은 이를 감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다만 유 사장은 3.7~4.0㎓ 인접대역 주파수에 대해선 "할당받으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에 대해서는 "적정히 대응했다"며 "통신규제는 한국 통신사업자의 숙명이고, 요금을 내리면 수요가 늘어나는 부분이 있어 일방적으로 실적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7조3050억원, 영업이익 1조6121억원을 기록한 재무제표와 연간 배당금 3320원(1주당)을 승인했다. 또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준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 겸 인공지능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특히 오 교수는 AI 전문가로서 SK텔레콤의 'AI 컴퍼니' 전환을 도울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