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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매치플레이…'마지막 트로피' 번스가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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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플레이의 묘미는 ‘이변’이다. 매치플레이는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스트로크 방식과 다르다. 18홀을 모두 돌고 난 결과로 승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홀마다 승패를 따진다. 무조건 상대방보다 잘해야 한다. 버디를 잡아도 상대방이 이글을 하면 그 홀에서 패배한다. 한번 주도권을 잃으면 만회할 기회가 자주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기량뿐만 아니라 정신력, 심리전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에 ‘다크호스’가 자주 등장한다.

‘이변 공장’으로 불리는 매치플레이를 내년부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투어의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인 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총상금 2000만달러)가 27일(한국시간)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우승컵을 들어올린 샘 번스(27·미국)는 마지막 ‘매치킹’으로 남게 됐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오스틴CC(파71·710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번스는 두 번의 라운드에서 매치플레이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세계랭킹 15위인 번스는 준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27·미국)를 만났다. 이 둘은 PGA투어에서 절친으로 유명하다. 투어를 다닐 때 같은 숙소를 쓰고 부부 동반 모임도 자주 한다.

하지만 우승자만 살아남는 외나무다리 앞에서는 “친구지만 승부에선 양보가 없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실제로 이들은 준결승전에서 만나 피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경기가 3차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선두를 뺏고 뺏기는 승부를 이어가다 18번홀(파4)에서 셰플러가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번스는 연장 3차전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셰플러의 추격을 따돌리고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준결승에서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를 꺾고 올라온 캐머런 영(26·미국)을 상대로 번스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초반에 1개 홀을 내줬지만 4번홀(파3)부터 줄 버디를 몰아치며 영을 몰아붙였다. 결국 5개 홀을 남기고 6홀 차 대승을 거뒀다. 승부가 너무 일찍 결정되면서 셰플러와 매킬로이가 3-4위전을 치르는 도중에 18번홀에서 우승자 시상식이 열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번스를 정상으로 끌어올려준 무기는 퍼트였다. 준결승전에서 셰플러를 꺾을 때는 약 5m 퍼트로 버디를 낚았고 결승에서도 6~7m 버디 퍼트를 족족 잡아내며 영을 몰아붙였다. 골프위크는 “매킬로이가 330야드 넘는 장타쇼를 펼치며 갤러리들을 열광시켰지만 번스는 날카로운 퍼트로 우승을 따내느라 그의 장타를 볼 시간이 없었다”고 촌평했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번스는 “정말 피곤하지만 좋은 스윙을 하나씩 쌓아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 기쁘다”며 “한동안 내 경기력은 최고가 아니었고 스윙도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투어 통산 5승을 달성한 번스는 세계랭킹도 10위로 끌어올렸다.

1999년 시작된 이 대회가 막을 내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스폰서 문제다. 미국 스포츠캐스팅에 따르면 대회가 열리는 오스틴CC가 이용료를 올리려 했으나 불발되면서 대회가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타이틀 스폰서인 델 테크놀로지스가 인텔을 공동 주최자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지만 PGA투어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골프계에서는 매치플레이의 핵심인 ‘이변’이 오히려 대회 지속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PGA투어는 정상급 선수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LIV 골프로의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최정상급 선수라 할지라도 한 번 패배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매치플레이는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랭킹 2위 욘 람(29·스페인)이 16강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등 이변이 적지 않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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