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와 차량용 방진 부품 분야에서 국내 최대, 세계 3위 기업인 DN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5배 뛴 것이다. 수주 역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해 수주잔액만 8조원 규모다. 두산공작기계 인수와 전 세계적인 항공, 방산, 전기차, 바이오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증가 영향이다. 이 회사는 매출이 국가·산업별로 골고루 분산된 수출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올해 경기침체나 불황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차량 엔진 소음 사라지니 더 예민해진 소비자
자동차 소음과 진동의 감소는 안락한 승차감의 필수 요소다. DN오토모티브는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차량용 방진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세계 3위업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에 엔진이 사라지면서 소음을 잡아주던 방진부품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가 지난해 수주한 방진부품은 2조1800억원 규모로 전년(9300억원)의 2.3배다. 특히 이 가운데 70%가량인 1조5000억원은 차세대 전기차의 방진부품으로 전년 수주(3200억원)의 4.6배였다. DN오토모티브의 방진부문 매출 역시 지난해 8563억원으로 전년(6920억원) 대비 23.7%증가했다. 매출의 90%이상은 수출에서 나왔다.기존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진동과 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다른 부위의 진동과 소음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컸다. 하지만 전기차에서 엔진이 사라지면서 이러한 소음과 진동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는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들어가는 방진 부품의 종류와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김원종 DN오토모티브 대표는 "전기차에서 방진부품이 점차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DN오토모티브는 GM, 스텔란티스의 최대 방진부품 공급처로 최근 차세대 전기차용 부품 공급이 급증한데다 테슬라, 리비안, 니오 등 신규 전기차 고객에 납품이 늘었다. 미국 빅2 완성차업체인 GM과 스텔란티스의 모든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와 픽업트럭에는 대부분 이 회사의 방진부품이 들어가 있다.
이 회사는 세계 3위 방진부품업체이지만 기술력은 세계 선두권이다. 부품업체로는 이례적으로 GM과 스텔란티스의 신차 개발단계부터 참여해 기술 개발, 투자, 검증, 적용 테스트를 함께 진행한다. 전 세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핵심 부품사'인 셈이다. 전자 제어 기술을 통해 능동적으로 진동·소음을 잡는 '액티브 마운트 기술'도 2005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09년과 2014년 영국과 이탈리아의 방진부품회사를 연거푸 인수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진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김 대표는 "경쟁사들이 대부분 일본 독일 등 자국 내수시장 매출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한 오픈 마켓 기업 중에선 세계 최고 기업"이라고 자평했다.
전산업, 국가별 고른 매출 포트폴리오...불황 모르는 공작기계
DN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3조3353억원으로 전년(9306억원)의 3.6배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4457억원으로 전년(896억원)의 5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자신의 덩치보다 두 배 이상 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우려도 나왔지만 '기우'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DN솔루션즈는 인수전(2021년)에 비해 매출은 약 14%, 영업이익은 약 63%올랐다.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마더 머신(mother machine)’으로 불린다. DN솔루션즈는 매출 기준 공작기계업계 세계 3위이지만 취급하는 제품 영역이 자동차, IT, 반도체, 항공, 방산, 석유화학, 바이오·의료 등 분야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다는 평가다. 매출의 80%이상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수출에서 나온다. 특정 산업, 특정 지역에 불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매출 구조를 갖춘 것이다. DN솔루션즈 경영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보통 공작기계는 전방산업의 신제품 개발이나 공장 증설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데, DN솔루션즈는 전 산업·국가에 골고루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불황을 모른다"며 "최근엔 항공, 방산, 전기차, 바이오 등 전방 산업의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에선 내수 시장 1위다.
김 대표는 이 회사 성장의 비결로 '글로벌화'와 '적극적인 M&A'를 꼽는다. DN그룹은 1990년대 삼성자동차 협력사였지만 삼성이 자동차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위기에 몰리자 현대·기아차에 의존하는 대신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현재 세계 10곳에 생산공장과 테크센터를 세워 8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현지 법인도 대부분 현지인이 대표다. 2009년 영국 부품회사, 2014년 이탈리아 부품회사에 이어 2022년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하는 등 M&A경험도 많다. 김 대표는 "회사의 DNA자체가 해외진출이나 M&A에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것이 강점"이라며 "10년내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인 6조원대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