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들이 성희롱에 대응하기 위해 손톱을 기르고, 하이힐을 착용할 뿐 아니라 옷핀을 애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각) BBC는 '성희롱에 맞서고자 작은 '옷핀'을 사용하는 인도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성폭력에 노출된 인도 여성들의 연실을 전했다. 인도 여성들은 옷핀을 "성범죄자에게 맞서기 위한 무기"라고 전했다.
디파카 셰르길은 BBC와 인터뷰에서 통근 버스에서 발생한 성희롱 피해 사례와 옷핀 대응법을 전했다. 셰르길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다"며 "남성은 40대 중반으로 언제나 회색 사파리 차림에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을 신고, 직사각형 가죽가방을 들고 다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늘 제가 앉아 있던 쪽으로 와서 제 몸을 만지고,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제 쪽으로 넘어지곤 했다"며 "소심한 성격이라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아 몇 달을 참았지만, 어느 날 그 남성이 내 어깨 위로 자위하고 사정을 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이후 남성이 성추행을 시도했을 때 하이힐로 발가락을 짓누르고, 옷핀으로 팔뚝을 찔렀다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도 "혼잡한 버스에서 성추행당했는데,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남성의 행동이 멈추지 않아 의도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스카프를 매기 위해 들고 있던 옷핀이 그날 날 구했다"고 전했다.
여권 운동가들은 대부분의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봤을 때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위축되며, 이로 인해 성범죄자들이 더 대담하게 굴면서 문제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2021년 인도 내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의 56%가 대중교통에서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밝혔지만, 경찰 신고 비율은 2%였다. 응답자 대다수는 현장을 떠나거나, 상황을 무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답변 여성의 52% 이상이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교육 및 취업 기회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여성이 안전한 공공장소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운동 단체 '안전핀' 설립자 칼파나 비스와나트는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 폭력보다 여성의 정신과 (사회) 활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여성들은 자신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기 시작하고, 이렇게 되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향한 성희롱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인 담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스와나트는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이 비단 치안 문제만은 아니다"며 "무엇이 하면 안 되는 행동인지 대중을 가르칠 공공 미디어 캠페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