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중심인물로 꼽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수갑을 차고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권 대표와 한모 씨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고등법원에 출두했다. 권 대표와 한 씨는 이곳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과 관련해 심리를 받았다.
AFP, 로이터 통신 등이 공개한 사진 속 권 대표는 검은 모자에 회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있다. 굳은 표정과 함께 양손을 뒤로 수갑을 찬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긴장한 모습이 엿보이는 권 대표는 경찰에 이끌려 법원으로 들어갔다.
권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에서도 수사 대상에 올라가 있다. 아직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제사범에 대한 형량이 약한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권 대표뿐 아니라 한 씨에게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한 씨는 얼굴이 공개되길 원치 않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권 대표와 한 씨는 전날 위조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붙잡혔다. 가상화폐 테라, 루나 폭락 사태가 벌어진 이후 11개월 만에 검거됐다.
권 대표는 테라, 루나가 폭락할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50조 원이 넘는 가상 자산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고, 국내에서만 28만 명이 넘게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 권 대표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다시 인접 국가인 몬테네그로를 통해 두바이로 가려다 덜미가 잡혔다.
권 대표가 검거 당시 위조 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에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은 권 대표 등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한국 검찰은 법무부와 협의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 권 대표를 신속히 국내로 송환한다는 계획이지만 언제쯤 송환이 이뤄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수사 대상에 올라가 있다. 미국 뉴욕연방지검은 권 대표 체포 소식 직후 그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뒤 송환 요청 계획을 밝혔다. 공소장 내용 중엔 미국 투자회사와 짜고 테라, 루나 시세를 조작했다는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은 이날 권 대표와 한 씨에 대한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법원은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거주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할 위험이 있고, 신원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몬테네그로 법률상 피의자 구금 기간은 최대 72시간이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구금 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날 피의자 신문을 거쳐 구금 기간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권 대표는 최대 30일간 구금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