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는 바이오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 잠식, 연구개발(R&D) 부진 등의 영향으로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1호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셀리버리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의견거절’ 통보를 받아 곧바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됐다. 회사는 다음달 13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부 자금을 조달하고 물티슈 등 부대사업을 하면서 R&D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는 375억원이다. 전체 유동자산 192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수혈 없이는 회사가 존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조속히 거래가 재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사항암제 개발사인 뉴지랩파마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재무적 문제로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는 바이오벤처도 잇따르고 있다. 이종 장기를 연구하는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 제넨바이오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전환사채가 174억원인데 보유 현금은 54억원에 불과하다. 회사는 계열사를 매각하고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 자금 확보에 나섰다. 카나리아바이오도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했다. 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은 “감사 증거 제출에 시간이 걸려 절차를 완료할 수 없다”고 했다.
업계는 상장폐지 위기를 겪는 바이오벤처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는 자체 매출 없이 외부 조달 자금으로 수년간 R&D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넘게 바이오 분야 투자가 사실상 끊기면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해 자본을 까먹는 바이오기업이 늘고 있다. 게다가 주가 급락 여파로 전환사채 상환 요청에 직면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K바이오에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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