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서른아홉 살 여성 실내장식가 폴은 스물다섯 살 청년 변호사 시몽에게 이런 쪽지를 받고 미소 짓는다. 그녀는 오랜 연인 로제와의 관계에 지쳐 있던 참이다.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폴의 말에 시몽은 답한다. “저는 당신이 오실지 안 오실지 확신할 수 없었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당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제겐 큰 상관이 없어요.”
1959년 출간된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왜 하필 ‘브람스’였을까. 폴, 시몽, 로제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브람스의 떠들썩했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해서였을까. 브람스에 대해 알면 이 소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마침 다음달 200년 전통의 독일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브람스의 모든 것을 들려주겠다”며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브람스는 열 네살 연상이던 클라라 슈만을 평생 짝사랑했다.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고, 스승 로베르토 슈만의 아내였던, 그 클라라가 맞다. 브람스는 스무 살에 슈만 부부를 처음 만났다. 이후 브람스는 남편을 잃은 클라라의 곁을 지켰지만 친구 이상의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니까 시몽이 던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말은 단순히 브람스가 작곡한 선율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이 아니다. 이미 연인이 있는 당신의 곁을 내가 지켜도 되겠냐는 질문인 것이다.
저자인 사강은 문제적 작가다. 동료 작가인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그를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고 했다. 사강이 소르본대를 중퇴하고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은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며 신경 쇠약이 그의 인생을 좀먹었다. 50대에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되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파격적 발언을 내놨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 문장을 따서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출간했다. 사강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인 ‘사강’에서 필명을 따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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