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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아닌 줄…"독일 '아우토반'에서 밟아봤습니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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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인 ID.4와 ID.5를 독일 현지에서 직접 타봤다. ID.4는 폭스바겐이 글로벌 시장을 비롯,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첨병'으로 내세운 차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폭스바겐 생산 공장이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수출국 중에선 지난해 9월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지난 15~1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하노버, 볼프스부르크를 거쳐 마그데부르크까지 약 430km를 시승했다.

실제 탑승한 차량은 ID.4에서 듀얼모터를 얹은 사륜구동 ID.4 GTX 모델이다. ID.4 대비 출력은 더 높은 데 비해 주행거리는 더 짧다.

ID.4의 외관은 기존 폭스바겐 차량의 디자인 유산을 바탕으로 전기차 감성을 얹은 듯했다. 다만 기존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 대신 둥글둥글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전면부 그릴이 막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폭스바겐 측은 이번 전기차 디자인에 대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디자인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차체는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20mm, 휠베이스 2765mm로 폭스바겐의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구안과 비슷하다. 멀리서 보면 차체가 크지 않아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20인치 휠을 장착해 차량이 생각보다 작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정통 SUV보다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아이오닉5 등 경쟁 모델 대비 타이어 폭이 더 넓은 게 특징이다. 타이어 폭이 더 크면 마찰력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전비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유럽 특유의 오돌토돌 돌바닥 위에선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더하는데 도움을 줬다.


실내 공간은 전기차답게 넉넉했다. 같은 크기 차체라면 더 많은 부품이 필요한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 실내 공간이 더 크다. 내부 인테리어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스티어링휠 바로 뒤에 위치한 5.3인치 스크린 계기판.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힌 정도의 크기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이 센터페시아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디자인에서 과감히 제거하는 폭스바겐의 '효율 경영'이 강조된 부분이다.

기존 차량 대비 작은 크기의 계기판이지만 주행 정보가 충분히 표시돼 운전에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다만 기존 큼직한 계기판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아쉬울 수 있다. 기어 노브는 스티어링 휠 뒷편 오른쪽 상단에 칼럼식으로 적용됐다.


실제 주행하면서 가장 체감했던 것은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이질감이 없도록 최대한 내연기관 차량처럼 설계해놨다는 점이다.

우선 출력이 경쟁사 전기차 대비 크지 않다. ID.4의 최고출력은 150kW이며 31.6kg·m의 최대토크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5초가 걸린다. 실제 탑승 차량인 ID.4 GTX는 프런트, 리어 액슬 각각에 전기 구동 모터를 탑재해 최대 220kW(295마력)의 전기 출력을 낸다.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2초다. 테슬라, 현대차의 비슷한 체급 모델 제로백이 5초대인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특유의 '확 튀어나가는' 가속감은 덜 했다.

ID.4 GTX는 77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유럽 인증 국제표준주행모드(WLTP) 기준 480㎞다. 125kW 급속 충전 시 약 30분 충전으로 300㎞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감은 경쟁모델 대비 우수하다. 대부분의 전기차들이 다소 물렁한 느낌이 들도록 승차감을 세팅하는 것과 달리 ID.4는 확실히 딱딱한 혹은 단단한 느낌이 들면서도 편안하다. 방지턱을 넘거나 노면이 거친 곳을 지날 때 이 같은 느낌은 더 뚜렷했다. 내연기관차 섀시 만듦새에 있어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폭스바겐의 기술이 고스란히 전기차로 이어진 느낌이다.

앞문, 뒷문, 트렁크 등을 열어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이음새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기본기는 폭스바겐', '개성은 부족하지만 단점이 없는 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자동차 업계 평가를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보여줬다.

배터리에 의한 낮은 무게중심과 단단하게 잡힌 하부 세팅으로 커브를 돌 때는 상당히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줬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여유있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폭스바겐 측은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가 첫 전기차를 구매할 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회생제동시스템. 회생제동이란 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력은 주행 과정에서 재사용할 수 있어 전비를 높이고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최근에 나오는 전기차 대부분이 이런 회생제동 모드가 탑재돼 있음에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승차감 저하 때문이다. 내연차량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관성에 따라 속도가 유지되다가 서서히 느려지는 반면, 전기차 회생제동 모드에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확 줄어든다.


ID.4는 경쟁 모델이 여러 단계의 회생제동 모드를 탑재한 것과 달리 'D' 모드와 'B' 모드 등 2단계의 회생제동 모드가 있다. D 모드는 약한 정도의 회생제동을, B 모드에선 강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B 모드에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줄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회생 제동이 이뤄진다. 통상 전기차 회생제동이 0~5단계로 나뉘는 데 ID.4에선 이보다 강도가 낮게 설정돼 내연기관 운전자가 전기차에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부드럽게 속도를 제어해줬다. 400km의 주행거리 중 절반이 넘는 거리를 회생제동 모드로 운전했지만 불편하거나 급감속이 드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교통량이 많거나 서행 구간에서는 회생 제동만으로도 편안한 주행이 충분히 가능했다.


독일의 자동차 전용 도로 '아우토반'에서 전기차의 고속성능은 더욱 빛났다. '패밀리 카'를 지향하는 ID.4이지만 GTX 듀얼모터의 응답속도는 "역시 전기차"라는 반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일부 구간에서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에서도 추월주행을 하는 데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트렁크 용량도 ID.4의 장점이다. 적재 용량 543L로 뒷좌석 시트를 접을 경우 1575L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짐을 고정시킬 수 있는 러기지 네트, 네트 칸막이, 트렁크 하단 높이 조절이 가능한 러기지 플로어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짐을 실을 수 있다.


마그데부르크 지역공항에서는 ID.5 GTX 모델을 별도 시승했다. ID.5는 ID.4와 차체 크기는 유사하지만 다이내믹 주행성능을 강조한 쿠페형이다. 사륜구동으로 200kW(299마력)의 전기 출력을 발휘한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6.3초, 최고 속도는 시속 180km다.

ID.5 GTX 모델로는 폭스바겐 인스트럭터(강사) 동행 하에 슬라럼(짧은 거리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것)과 제로백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기차는 통상 내연기관차 대비 무거운 차체 무게 때문에 차량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주행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ID.5 GTX 주행 테스트에선 '컴포트' '에코' '스포츠' 등 다양한 주행모드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슬라럼 주행 시 컴포트 모드에선 스티어링 휠이 가볍게 돌아가지만 차체 하단부 역시 함께 물렁해져 지지해주는 힘이 약해진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선 조향이 묵직해지는 것과 함께 하단부 역시 단단해지면서 지지해주는 힘이 세졌다.

브레이크 성능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급가속 후 급감속 시 차체 무게 대비 브레이크를 다소 무르게 설정해놨다. 풀액셀로 주행했다면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풀브레이킹을 시도해야 원하는 지점에서 정차가 가능했다. 다만 중저속 후 정차 시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 플랫폼인 MEB 기반으로 만들어진 ID.4의 경우 국내에는 아직 중간급인 '프로' 트림만 들어온 상태다. 가격은 5490만원이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주행거리 성능과 제조사의 사후관리역량까지 추가되면서 지난해 대비 까다로워졌지만 보조금을 받는다면 4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 EV6의 엔트리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볼프스부르크(독일)=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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