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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이 유행한다고?"…소녀의 추억, 패션의 새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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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골반 패션’이 다시 돌아온다고?”

지난해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가 2022년 봄 여름 신상 컬렉션을 선보이자 런웨이가 술렁였다. 미우미우는 치마나 바지를 일명 골반에 걸쳐 입는 듯한 ‘로우라이즈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비슷한 시기 컬렉션을 내놨던 샤넬, 루이비통 등의 컬렉션이 오히려 묻힐 정도였다. 마치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컬렉션은 지난해부터 패션계의 키워드였던 ‘Y2K 붐’과 맞물려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 미우미우는 그 태생 자체가 파격이자, 일탈이었다는 것이다.

미우미우의 디자이너 이름은 미우치아 프라다. 이름을 듣자마자 미우미우보다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다. 미우치아 프라다(사진)는 프라다 가문에서 태어났다. 프라다 가문은 가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는데, 낮잠 시간까지 부모님이 직접 정해줄 정도였다. 프라다는 이런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 도전보단 순응을 택했고, 어찌 보면 평범하고 따분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청소년기를 거치며 숨막히는 집안의 룰을 따르지 않는 일탈거리를 찾아 즐기곤 했다. 바로 ‘가상 친구’였다. 프라다는 자신의 이름인 ‘미우치아’에서 따와 가상 인간의 이름을 ‘미우미우’라 지었다. 그 친구를 발랄하고 당돌한 인물로 설정했다. 부모님이 정해준 낮잠 시간에 이 가상 인간 미우미우와 패션쇼 놀이를 했고, 부모님의 눈을 피해 긴 치마 밑단을 접어올려 미니스커트를 만들어 런웨이를 제작하기도 했다.

어른이 돼 어마어마한 가업을 넘겨받은 그는 행복하기보다 끝없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프라다는 디자인이 아닌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그 학력은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엔 열등감이 되기도 했다.

프라다의 정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은 그의 흥미를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때 프라다는 그의 인생을 뒤집어 놓은 한 남자를 만난다. 훗날 그의 남편이 된 파트리치오 베르텔리다. 여기서 반전. 둘의 만남은 ‘담판 장소’에서 시작됐다. 청년 사업가 베르텔리가 프라다의 가방 디자인을 따라 했고, 표절과 도용을 논하는 담판 자리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 프라다는 그를 처음 만난 순간 책임을 묻기는커녕 그 사업가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에 반했다고 회상한다. 이 둘은 함께 일을 시작했고, 베르텔리는 프라다가 가진 ‘미우미우’라는 가상 인물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사회적 자아인 ‘프라다’ 대신 오랜 시간 염원하던 이상적 자아 ‘미우미우’로 살아가자는 이야기였다.

프라다는 고심 끝에 1993년 프라다의 ‘부캐’ 즉, ‘세컨드 브랜드’로 미우미우를 세상에 내놨다. 프라다의 직선, 삼각형, 무채색 디자인 대신 꽃무늬, 프릴, 레이스 등 발랄하고 통통 튀는 디자인으로 승부했다. ‘미우미우는 아마 이런 옷을 입고 싶어 하겠지’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브랜드는 금방 마니아층이 생겨났다.

프라다의 패션 철학은 ‘즐거움’이다. 그가 다른 디자이너들과 다른 지점은 ‘패션을 단지 패션에 머물게 해야 한다’는 것. 그는 “패션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게 놔둬선 안 된다. 패션은 생활의 즐거움 중 한 부분으로만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디자인들도 이 같은 철학에서 등장했다. 미우미우의 얼굴이 된 로우라이즈도 그의 가상 부캐 미우미우가 어떻게 하면 봄과 여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언니 브랜드’인 프라다가 여성의 세련됨을 내세우는 브랜드라면 ‘동생 브랜드’ 미우미우는 더 젊고, 자유로운 감성을 담아낸다.

과감한 시도와 특별한 디자인,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하는 젊은 소비층으로부터 각광받으며 미우미우는 이제 단순한 부캐를 넘어선 열풍의 주인공이 됐다. 포브스는 지난해 미우치아 프라다의 재산이 14억달러(약 1조82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또 프라다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30인의 영향력 있는 여성’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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